(오늘은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불륜이야기 인줄 들어오신 독자님께는 죄송하지만, 이 이야기는 매우 건전한 이야기임을 먼저 밝힙니다.)
때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
주 5일을 곁에서 일하고 있는 당신은 과연 내 친구인가?
친구의 정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직장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그 사람들이 정말 내 친구인지는 아리송한 부분이 많다. 정말 친구인줄 알았는데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닌다던지, 친구만큼 친하다고 여긴 상사가 올해는 미안하다며 평가를 D이하로 깔아버린 사연을 들으면 직장이란 정말 정글이란 생각이 든다.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허즈번드'라는 단어가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회사 내 불륜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실제 이 단어의 다른 의미는 직장에서 나의 업무와 고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래서 더 많이 공감을 하는 사람, 그러나 그가 이성일때 쓰이는 단어이다. 남자 사람 직장동료 정도로 번역된다면 좋겠다.
왜 꼭 이성이어야 하는가? 그가 이성이라서 친한 것이 아니라, 친한 그가 이성인 것 뿐이다. 물론 내 남편, 아내의 직장에 누군가 나보다 더 공감을 많이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짜증 날 법도 하다. 중요한 건 서로가 예의와 선을 지킨다는 점이다.
책의 에필로그를 쓰면서 나와 함께 생활했던 수 많은 동료들을 떠올려봤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유독 많은 부분을 사고하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그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해를 돕고자 나의 책, 요즘직장생존법의 에필로그의 앞부분을 첨부한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흔히 어느 조직을 가더라도 이상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입니다. 불행히도 이 법칙은 존재합니다. 또라이를 피해서 큰 맘 먹고 이동했지만 새로운 장소엔 늘 더 새로운 또라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법칙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 질량 보존의 법칙’ 지금까지 다섯 개의 학교 조직과 세 군데의 직장을 다니며 깨달은 것입니다.
이직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에 오류까지 발생하여 혼자 삽질 야근을 할 때의 일입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 옆 자리에는 야근계도 안 올리고 저의 퇴근시간까지 업무를 도와주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 '요즘직장생존법' 에필로그 중에서-
그를 한 줄로 요약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 처음 이직을 한 내가 빨리 적응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다. 심지어 자기 근무시간 외의 시간들을 써가며 도와준 적도 많았다. 협력사들도 그의 물렁한 성품을 간파하고 각종 자료나 조금 곤란한 부탁은 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 그는 그에게 문의하는 거의 모든 이들에게 살갑게 대했고, 자기 일보다 우선해서 도와주는 경우가 빈번했다.
둘이 같이 하는 업무 중에 번거로워보이는 서류 업무가 있어 내게 넘기라고 매번 이야기했다. 그 때마다 금방 끝난다며 끝까지 인수인계하지 않고 1년이 지났다. 우리의 팀 내 업무분장이 조정되고나서야 내가 그 서류업무를 받게 되었고, 해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우 단순하고 귀찮은 일이었다. 내가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 그는 거의 약 1년 가까이 이 업무를 혼자 했던 것이다.
한번은 전임자에게 물려받은 듀얼 모니터가 고장나서 모니터 창 색상이 녹색인 채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눈이 약간 침침해도 서브 모니터이기도 하고, 마스터 따거나 엑셀 여러창 띄울 때만 가끔써서 그냥 고장난 채로 쓰고 있었던 것. 한번은 그가 지나가면서 내 모니터를 보더니, 무슨 이런 모니터로 일을 하냐며 타박을 주고 갔다. "응? 그래도 보이긴 하는데?" 며칠 뒤, 그가 집에서 안 쓰는 거라며 자기 집 모니터를 가져다 주었다. 그 뒤로 2년 째 나는 눈이 안 침침해지는 번듯한 모니터로 수월하게 업무 중이다. 항상 고마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처음엔 신기했다. 그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이직을 결심할 때 가장 큰 심리적인 걸림돌은 '인간관계' 그리고 불확실성이다.
합격도 안했는데 어디서 더 큰 또라이를 만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부터 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나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고,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기에 더더욱 무섭다. 하루 중에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생활을 그저 운에 70%이상 맡겨야하는 상황인 것.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특히 10년차 이상의 머리 큰 과장들이라면 더 실감하는 포인트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안정적인 일과 인간관계의 밸런스. 쉽사리 깨기 힘든 두꺼운 알의 껍질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찾아보아도 역시 또라이의 등장을 막을 어떤 뾰족한 수는 없어보였다. 이직을 한 절반만이 만족하는 현실. 게임의 승률은 5대 5였다.
결과적으로 나의 이번 이직의 승률은 9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환경이나 직무가 크게 바뀌지 않은 걸 고려해보면, 전적으로 인간관계 때문이다. 어찌이리 어벤져스처럼 좋은 사람들을 우리 팀에 뭉쳐놨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사람의 질량이 높아진 그 안에 또라이가 내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쓸데없이 착해 빠져가지구!
난 늘 그에게 말한다. 너무 모두에게 잘해주지 말라고. 선량한 giver들을 이용해먹는 taker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뼛속까지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기버인 그에게 테이커의 행동방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미 삶이 기버였는데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굳이 선동하지 않아도 옆에서 하는 걸 지켜만 봐도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2년 간 그의 옆 자리에서 일하며 나 역시 조금은 변한 것을 느낀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것에 성질내는 횟수가 줄었고,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업무 실수 반복자에게도 한 번 더 업무를 알려주고 기회를 준다. 물론 세번째 같은 실수를 하면 다시 나로 돌아가긴 한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도 요새는 부당하거나 말도 안되는 상황에 자기 수준에서 나름 강하게 말하는 걸 보니, 내 영향이 조금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조직에서 여러 명의 사람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나도 케미가 좋은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모두에게 따뜻한 그는 특정인의 '오피스 허즈번드'가 아니다. '모두의 오피스 프렌드'이다. 자랑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동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유하게 만드는 옆 자리 친구이자 오라버니이다.
그 동료 말고도 유독 누군가에게 따뜻한 언행을 하는 사람을 보면, 노답 피플들로 인해 나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빡침의 게이지를 다시금 고쳐 앉게 된다. 배려도 전염된다.
30대이상 다 큰 머리로 돈과 삶의 연장 욕구에 의해 앉아있는 삭막한 자리에서, 얼토당토하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불만으로 내 뱉는 한마디 탄식도 척척 알아듣고 공감해주는 사람. 아무것도 아닌 쌀알만한 조직 내 소식에도 깨알 재미 포인트는 찾을 수 있는 사람. 직장에서의 나의 현재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어쩌면 그 어른 친구가 오래알고 지낸 학창시절 친구보다 나을수도 있다.
취향 저격 생일선물 from.커피오빠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에 '일의 즐거움'을 느낀다.
서로의 일함에 있어, 인생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30대이상이 된 우리가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다.
누군가 이직을 망설이고 있다면 그런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주변에 좋은 사람은 다시 오기 마련이라고. 내 주변에 오피스 프렌드들이 없다면 내가 그들의 프렌드가 되면 된다.
알도 두드려야 깨진다.
바깥 세상엔 무서운 새도 있지만 싱그러운 풀도 있고 공기도 있다. 그리고 따뜻한 햇볕같은 친구들도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말자.
[인간관계 꿀팁]
- taker는 giver를 귀신같이 알아본다. 호구되기 싫으면 나의 시간과 업무의 중심을 가지고 일하자. 누가 부탁한다고 꼭 해줄 필욘 없다. 등 뒤를 만져보라. 당신은 천사가 아니다.
- 상대에 대한 배려란 비단 말투 뿐만이 아니다. 상대의 문제를 알려고하는 자세, 그리고 빠른 피드백. 때론 남에 대한 배려가 내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도 한다.
by. 요즘직장생존법, M과장
ps. 커피오빠에 대한 저의 보답은 공모주와 투자 소스 전달로 하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긴다. SK바사 공모주 투자방법과 상장 소식도 그에게 제일 먼저 전달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세심한 신경을 써준 덕분에 쏠쏠하게 용돈벌이 중입니다. 오늘의 결론, 마음씨 곱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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