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을 먹을까 말까, 배달을 시켜 말아, 배민을 쓸까 쿠팡이츠를 시킬까, 이 말을 할까 말까, 이 사람과 헤어질까 말까, 결혼할까 말까, 이 회사를 다닐까 말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 옷장을 열어보라. 비슷한 재질과 색감의 옷들이 줄을 맞춰 늘어서있다. 나의 선택을 망각하는 순간에도 사람은 비슷한 선택을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다해도 우린 그 회사를 퇴사했을 것이며, 그와 헤어졌을 것이다.
그때 결혼을 했더라면, 그때 이 말을 안 했다면, 그때 그랬으면 좋았을텐데,인생에서후회라는 걸 별로 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의문의 실마리는 오직 당신만 알고 있다. 언제라도 당신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한지 10여년 정도 지나고 보니 주변 친구들의 위치와 상황이 모두 달라져있다. 몇몇 친구들은 엄마로 살고 있고, 한 친구의 집은 값이 3배가 올랐다. 어떤 친구는 오랜 연인과의 연애를 끝냈고, 옛 친구는 제주도로 이사를 했다.
나의 선택의 결과는? 서른 중반, 싱글, 과장, 신인 작가, 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진짜 나가야하는 전셋집 하나. 그동안 수 많은 선택을 꽤나 치열하게 해왔던 것 같은데 결과는 평범하다. 뭐, 나쁘지않다.
물론 좋은 부분도 있다. 내게 추석은 아직 긴 연휴일 뿐이라는 점. 결혼한 친구들이 거의 유일하게 부러워하는 포인트이다. 언젠가 사라질 수 있는 싱글의 특권을 누리고자, 긴 연휴에 제주를 찾았다.
제주도 도심, 섬 느낌 하나도 안 나는 어느 동네 횟집에 대학시절 친구 셋이 모였다. 동아리 단체 톡방에서 늘 멀찌기 소식만 전하는 사이. 서로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 친구가 제주에 내려가고 나서야 얼굴을 보게 되었다.
제주에 오니 뭐가 제일 좋으냐는 나의 물음에 친구는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더 자주 보게되서 좋다고 했다.우리가 굳이멀리 가지 않아도 제주에 간 것처럼 좋을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었다. 바쁜 삶보다 여유있는 지금을 선택한 친구의 표정이 좋아보여 다행이다.
오늘 모인 셋의 구성은 이렇다. 부러운 제주 도민 하나, 생각이 많고 행동이 적은 친구, 그리고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나. 우리 셋은 이상하고 재미있던 그 시절 라떼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아재들이 모이면 옛날이야기만 하는 걸 이해 못했는데, 서른 중반에 벌써 우리가 그러고 있다.
맞아. 너는 항상 그냥 해보지 뭐, 였던것 같아.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가 나에 대해 말했다. 그러고보니 난 매 순간 빠르게 선택하고 빠르게 후회하는 편이다. 아님 말지 뭐, 라는 식으로 일단 해보고보는 스타일.
재작년엔 생각과 동시에 행동해서 이직을 했고, 작년엔 꽤 나이가 찬 상태로 연인과 헤어졌으며, 올해는 회사 법무팀에 불려 갔다오면서 구사일생으로 생애 첫 책을 냈다.
반면 생각이 많은 친구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늘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항상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프리랜서인 그녀는 그 바닥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상대에 대한 단편적인 장면과 말을 조합하여 사람을 매장시키는 작은 조직에선 뭐든 조심스러워야했다.
회사도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속한 조직과 다를바 없다. 한 유명 유튜버 채널에 출연한 나의 영상을 보고, 한 선배가 내게 그런 걸 하지 말라며 경고했던 적이 있다. 선배는 맞나 싶지만, 뭐 같은 회사 출신이니 그렇다 치자. 듣는 내내 니가 뭔데 싶었지만 "네, 감사합니다" 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초년생으로 그런 얘길 들었다면, 겁을 먹거나 쉽게 내가 하고자 했던 걸 접었겠지만, 이젠 그런 시답지않은 남의 의견은 듣고 넘겨버릴 정도의 내공은 쌓였다. 그도 나를 생각해서 말해줬으려니 생각하면 그만이다.
난 그저 변하는 시대에 내 힘으로 살아갈 연습을 조금 빨리 하는 것 뿐이다. 요즘 직장을 살아가는 나의 선택은 근무 시간엔 일에 충실하고 여가시간엔 나에게 충실하는 것이다.
남들에게 피해준 것 없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씹고 싶은 사람은 씹도록 냅두자. 남 얘기할 시간에 스스로의 미래를 돌아보는 게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당신들 좋을대로.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월급보다 더 버는 가게를 차려야하고, 어떻게 책을 내야하고, 어떻게 유튜브를 해야하는지는 묻지 말아주길.
옥수동 맥주가게 사장님 두분은 당당히 자신들은 구글 직원이면서 사이드허슬러라고 밝히며, 자신들의 가게와 책을 홍보한다. 가게 운영보다 컨텐츠 제작이 우선시 되는 것 같지만. 그분들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회사에서도 꽤나 업무성과가 좋으리라 생각한다.
본인 업무에 지장없다면, 회사의 기밀 노출이 아니라면 no problem. 열린 생각. 우리나라 회사가 구글을 이길 수 없는 이유이다.
이른 아침 올레길에서 두 갈래길을 만났다. 한 쪽으로는 가면 안되고, 한 쪽으론 가도 된다고 써 있었다. 난 가도 되는 길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에 가지 말라고 하는 길로도 들어가보았다. 여전히 예쁜 산책로가 이어져있는 걸보니, 아마도 올레길을 계속 이어 갈 사람들에게 가지 말라고 한 표시였나보다. 새삼 세상에 가지 말아야할 길 따윈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각자의 선택이 다를 뿐, 옳지 않은 길이란 없다.
선택이 괴로운 이유는 나의 생각과 판단에 의해서만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 엄마의 기대, 연인의 바람. 니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그들의 것과 나의 의견이 다를 때선택의 고통이 시작된다.
걔중엔 참고할만한 진심어린 충고도 있을테니 걸러서 듣지만, 보통은 당신의 선택에 남의 의견은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 낫다. 누가 어떤 좋은 충고를 하더라도 선택과 인생에 대한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우리가 미적거리는 사이, 나의 퇴직과 이별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남들의 거취에 레이다망을 돌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많다.너나 잘하세요.
지금 내 모습, 위치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싫든 좋든 지금의 나는 스스로의 수많은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마음에 든다면 그대로 킵고잉. 내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나로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제보다 조금 덜 먹으면 더 살이 찔 이유가 없다. 오늘 선택의 중심은 어제보다 살짝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많이도 말고 조금씩.
당신의 인생 옷장이 조금씩 다른 스타일로 채워지길 바란다.
[회사생활 꿀팁] - 오늘도 먹고 TV보고 자는 걸 선택했는가? 내일도 그렇다면 당신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않는다.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을 할애해보자. 더 나은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