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의 취향 07화

출근길이 지겹나요?

당신의 뇌가 일상의 순간을 날려버리기 전에

by M과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참 지겹다.


어느 평범한 날 오전, 알람을 맞추지 않은 시간에 눈이 번쩍 떠 진 이유는 작은 공포때문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이 같으면 어쩌지? 그러고보니 직장생활을 한 10여년이 '뇌' 깜빡하는 순간 사라진 느낌이다.


인간의 뇌는 전에 겪은 비슷한 순간이나 장면을 delete(삭제) 하는 무서운 기능이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냥 느낌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당신의 지겨운 일상을 뇌가 날려버린 것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원했던 취업이나 관계가 달성되고나면, 금새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낀다. 발버둥쳤던 그 시절은 까맣게 잊는 것. 사람이란 동물은 참 간사하다. 아직 취업 전이라면 내가 이 회사에 왜 가고 싶은지, 내 인생의 목표에 이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흙수저라면 당분간 필요하고, 그 이상이라면 필수는 아닐 수도 있다. 직장인은? 냉정하게 지금 2배만큼 혼자벌 자신 없으면 일단 다니고보자.


인생 수저의 등급을 둘 정도로 나눴을 때, 위냐, 아래냐에 따라 삶이 지겨운 이유도 달라진다. 아주 밑바닥은 아니어도 늘 고민없이 아랫쪽인 우리들이라면 끝까지 읽어보자. 인생 꿀팁 있음.



당신이 삶이 지겨운 이유는 '선택받는 삶'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선택 받기 위해 노력했던 삶이다. 좋은 대학의 선택을 받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위해 삶의 대부분을 쏟어부었다. 그래도 할만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안해서 그렇지, 하면 결과는 나왔다.


학교 다닐 땐 공부 열심히 하면 엄마가 칭찬해주고, 성적도 오르는 다소 공정한 결과를 받는 삶을 살았다. 게임을 열심히 한 재주 많은 친구는 투하한 시간과 노력만큼 레벨업을 했다. 그가 꾸며놓은 정원같은 사이버 세상은 볼 때마다 탐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어른들의 세계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일을 곧잘하는 선배도 줄줄이 진급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직장이라는 공간에선 더이상 나를 선택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두번의 누락 혹은 저평가를 경험하고 나면, 도대체 왜 내가! 라는 분노의 감정과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자괴감과 마주한다.




우리 엄마,아빠,친척이 그 회사 오너가 아니라면, 직장에선 아무리 누군가가 날고 긴다해도 그는 구성원일 뿐이다. 회사에서 상 몇개 받았다고 그 회사 오너 비슷하게 될 수 있으리란 착각은 금물이다.


실제로 협력사로 겪은 가족 경영 중소기업의 경우, 중견급 직원들의 퇴사 원인 중 상당수는 가족 경영의 본격화이다. 이 회사에서 5~6년 뼈 빠지게 일한 건 나인데 갑자기 사장 아들이 부장님으로 등장한다. 혹은 까맣게 몰랐던 그 신입이 어느날 갑자기 나의 상사로 진급한다. 뭐, 작은 회사만 그런 건 아니다.


다만 큰 회사의 오너의 낙하산은 오~ 하고 마는 사람이 많다. 이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노예근성인데, '언제 왔다고 부장이지? POS는 찍어봤냐?' 속을 훗 하는 마음이 있지만, 대기업 특성상 나랑 같은 부서가 아닐지언정 마주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마약을 하거나 회사만 말아먹지 않는다면 OK인 직원이 많다. (그런 경우도 있다) 나중에 우리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성과급이나 많이 줘라.


그러나 작은 회사는 말이 다르다. 내 일상에 침투한 세력같은 존재이다. 그때는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어제 지름신 다녀감


주말이 지나면 우린 어떻게 각자의 SB비용을 지출했는지 후기를 늘어놓는다. 회사를 오래 다닌 여자들은 옷장에 옷만 남는다고 하던데 정말이다. 1년에 1~2번씩 몇 박스를 기부해도 이상하게 내 옷장은 delete가 안된다.


사람들이 여행과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껏 돈을 쓰는 시간이라서라고 한다. 좀더 바꿔말한다면 마음껏 '선택하는 시간'이다. 쇼핑 역시 내 뇌의 한켠에서 보내는 쾌락의 감각임을 안다. 알지만 오늘도 장바구니에 실컷 담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노하우 하나.


일단 사고 싶은 건 많이 담고 폰을 닫자. 그리고 다른 일을 해라. 한두 주 지나면 기온이 바뀌기 시작한다. 진심 현실 팁이다. 실컷 선택하고 싶은 욕망까지 통제한다면 무슨 낙으로 살으리. 나름 이렇게 아끼는 돈이 쏠쏠하다.


덜 쓴 돈은 투자하기. 어떤 투자언니처럼 100만원씩 모아서 건물살 수 있다는 얘기까진 못하겠다. 실제 엑셀 열어서 계산해보면 답도 안나오는 논리이다. 그래도 그 마저도 안 모으고 투자에 대해 모르면 노후가 delete 될 수 있다.


백마탄 왕자는 널 만나지 않는다.

조랑말이라도 내 것으로 사자.



선택해줍쇼의 쳇바퀴


연말이라 조직에 소소한 인사에 변화가 있었고, 대부분 진급이라는 선택을 받지 못한 리더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회동을 했다. 실망이 크시겠지. 그래도 님들은 같은 일하고 우리보다 1.5배는 받고 있잖아요. '같은 일을 한다고' 작성한 부분도 사실 인심 후하게 썼다.


이미 여러 개의 선택의 허들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또 다른 허들이 수십 수백개가 늘어서있다. 급여 통장에 오늘 찍힌 급여와 5년 전에 찍힌 급여를 돌아가서 찾아보자. 물가 상승률 정도를 반영했을 뿐이다. 우린 그 모든 허들을 미친듯이 매일 넘어야하지만 나의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소득의 창구가 평생 하나라면, 경제적으론 늘 쳇바퀴 통 위에 있을 수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요소를 재미와 의미라고 말했다. 행복은 특별하지 않다고. 같은 시간 선택할 수 있다면 내게 더 많은 의미와 재미를 주는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고, 일회성으로 끝날 지름의 행복보다는 장기간 내 배를 두둑하게 해줄 투자의 즐거움을 알아가보는 게 어떨까.


꼭 몇 십억 받아야 꼭 부자인가? 아침에 날려주는 몇 만원 안되는 배당금 문자와 가끔 벌리는 소소한 금액이 작은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무노동 백만원 고정수익' 만들기. 앞으로 올 21년에 소소하게 잡아본 계획이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우리에겐 '유노동 고정수익'이 있잖아. 절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로노동자 1인 올림.



[오늘이 사라지지않는 꿀팁]
- 어제와 다른 것을 하나 이상 시도해보라. 다른 길로 돌아가기, 새로운 장소에 가보기, 새로운 책 보기.



by. 요즘직장생존법, M과장


ps. 빅히트 상장 첫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전 9시에 계좌를 확인했다. 따상. 아침부터 설렌다던 전업투자자의 마음이 내게도 잠시 다녀간 하루였다. 카카오게임즈에 이은 소소한 재미와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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