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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Dec 31. 2022

연애 끝, 결혼 시작

결혼할 사람 알아보는 법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갑자기?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 동생A의 황당한 느낌표. 알고 지낸 몇 년동안 연인이 있을 때에도 없을 때에도 늘 풍경과 그림만 바뀌던 배경이 바뀌던 나의 카톡. 최근 그곳에 나의 짝궁이 공개되었다. 결혼 결심인가 싶어 얼른 연락해봤다는 그의 추측은 적중했다.


결혼 결심할 때, 딱 이 사람이다 싶었어요?


A가 이토록 궁금해 하며 바로 연락을 한 이유는 요즘 여자친구와의 결혼 고민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좋고 행복한 데 결혼은 망설여져요.' 솔루션을 받으러 온 게 분명한 데.. 오늘은 나와 주변의 사례를 곁들여 결혼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서른 초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취미 모임에서 만난 한 남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임도 열심히 나가고 결정사도 가입해서 나가면서, 요새 깨달은 게 있어요. 아, 나는 결혼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구나. 괜히 불안해했다." 그는 이 중대한 사실을 결정사 가입을 마친 마흔 두살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요즘 세상에 결혼은 특히 선택이다. 결혼을 정말 해야하는 것인가 고민하는 34~35, 늦은 것인가 조급해지는38~39, 나를 들여다보고 삶의 노선을 정하는 게 마흔 넘어서인 것 같다.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안정감을 얻길 바란다면 결혼파, 본인의 개인의 삶과 행복이 더 중요하다면 홀로파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파 35세 전후라면 얼른 행동해야한다.


대한민국의 결혼시장은 여성 삼십대 초반, 남자 삼십대 중후반을 지나면 만남의 기회조차 어려워지는 구조를 띄고 있다.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고 마음먹은 대원이라면, 각종 팅과 모임을 집이 낯설 정도로 나가야 한다. (심화편 1화, 연애행동강령 참조)

서른 중반. 놓치면 후회할 사람인가?


"나를 만나겠다 결심한 계기가 있어?"


나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고백을 했던 예비 신랑에게 물었다. 정확히는 몰라도 본인보다 좀 많을 거라 예상했다는 그는 나이에 상관없이 호감표현은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마음 한 편으론 훗날 결혼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되었다고. 5살 차이이다보니 그의 현실 고민도 이해가 갔다. (현 상태 유지의 방법을 이리저리 연구하고 설파하지만, 세월 역행의 몸부림에도 한계는 있다.)


"저기요! 했을 때!"


고백을 받았던 날의 일이다. 몇 차례 지인들과 만났던 상태. 오늘은 말해야지 결심을 하고 선물도 준비해 온 그였지만, 술자리가 끝나고 둘만 남은 상황에서도 말을 할까말까 망설였다. 그렇게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하늘이 뚤린 듯 비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둘다 우산을 챙겨온 터라 나는 한손엔 우산을 들고, 그의 우산 하나를 쓰고 나란히 걸었다. 그 때! 우리 반대 편에서 머리를 손으로 가린 채 비를 피해 뛰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이미 흠뻑 젖어버린 옷과 가방, 뿌연 안경. 그는 우리 옆을 빠르게 지나갔고, 순간 나는 외쳤다.


"저기요! 이거 가져가세요!"


그는 '감사합니다' 외치며 내 우산을 받아갔고, 그 때 남자친구는 비가 너무 많이 오니 바로 옆에 있는 빌라 주차장에 잠시 멈췄다가자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의 고백을 듣게 된다.


서른이 넘으면 우린 누구나 이성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엔 아쉬운 사람도 있고, 내가 미쳤지~ 치가 떨리는 사람도 있다. 그간 쌓아온 우리의 연애 인간 데이터 중에는 버스는 떠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상황 데이터 역시 존재한다. 그 한 마디를 외치는 순간, 그는 놓쳐서 아쉬웠던 사람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지.


결혼 결심은 다시 놓치기 싫은 사람에 대한 마지막 선택이다. 단, 부모님의 등살도, 친구들의 결혼소식도, 세월도 아닌 나 스스로 내린 판단이어야 한다. 물론 중차대한 인생결정에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늘 전제조건이다.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복습 ㄱㄱ)

서른 후반. 결혼 추진 빨리 하는 법


우린 '세월이 지날 수록 감소하는 외적 매력'과 '변치않는 내적 매력'의 비율이 나쁘지 않게 배분된 사람을 만난다. 감소할 매력은 잠시 걷어내고, 지금 만나는 그 인간을 잘 살펴보자. 앞으로 나와 잘 살 수 있는 기질과 케미를 가진 사람인가. 어떻게 뜯어봐도 나와 안 맞는 사람인데 붙잡고 있다면 미련없이 놔주는 편이 현명하며, 그 반대라면 지체없이 행동에 옮겨야 한다.


결혼에 대한 내적 고민만 하던 A에게 내가 건넨 조언은 하나였다.

"결혼은 남자가 결심한 속도로 진행된다."


연애의 결정은 쌍방이 하지만, 결혼 추진의 모터를 다는 건 남자의 결심과 행동이다. 빠른 결혼 추진을 원한다면 상대의 형제 자매나 부모님부터 뵙는 걸 추천한다. (물론 복병도 있지만) 보통 늦은 나이의 결혼 결심은 가족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지원군이 생기면 가속도가 붙는다. 여기서 더 고민한다고 상대의 기질이 바뀌지 않으며, 없는 집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인생과 돈에 대한 비슷한 결의 '가치관'

장점을 먼저 알아봐주는 '눈'

소소한 일상도 재미있게 들어주는 '귀'

한마디라도 긍정의 언어로 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입'

싸워도 잘 땐 놓지 않는 '손'

내가 아니면 배우자가 하게 될 작은 집안일에 먼저 움직이는 '다리'


그날 그 모임에 가지 않았다면

그날 그 우산을 들고가지 않았다면

그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사람을 만나고 있을까?


가끔 가보지 않은 제2의 우주가 궁금하지만, 모든 요소가 다 맞아 떨어져 이 사람과 결혼하게되어 참 다행이다.


선조들 말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 늘 그렇지만 어딘가 쳐박혀 있을 나머지 한 쪽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다. 대원들이여, 경우의 수를 늘려야 합니다! 조금 귀찮아도 나갑시다. 짚신 찾으러!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ps. 리처드 링클레이터를 아시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비포선셋'의 감독입니다. 한편당 7년의 세월의 텀을 그대로 담아 약 20여년간 3편의 시리즈 영화를 만든 감독입니다.


저를 브런치판 리처드라고 멋대로 칭하며 2022년의 브런치북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2021년 코로나와 함께 방 구석에서 재미삼아 시작한 연애 칼럼의 첫 페이지에 적었던 2023년의 결말이 정말 결혼으로 끝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무사히 식장까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구독과 하트로 응원해주세여. 구독자님들도 꼭 새해에 좋은 인연 만시길 바랄게요. 대장은 내년 결혼 준비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연애 끝, 결혼시작이 아닌

또 다른 연애, 결혼 시작!


2022.12.31

(정말 2년이 지난 시점에 마무리 하는 글, 이 작은 채널에 시간내어 찾아와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30+@년 방구석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만남편&심화편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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