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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Dec 24. 2022

설거지론 종결자

나와 맞는 사람 알아보는 법 [요즘 연애 시작법 3040]

제발 내가 마지막 당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설거지론,

식사 후 식기를 씻어 정리하는 '설거지'와 논하다를 의미하는 한자 '론'(論)의 합성어.

 

설거지론은 결혼 전 연애 경험이 많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연애 경험이 적으면서 경제 조건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여성 혐오적 의미를 품은 신조어이다. 군 가산점제 도입에 찬성하는 동시에, 훗날 임신에 따른 경력단절도 걱정되는 '다소 중립적인 싱글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설거지론은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논란의 핵심은 어떻게 나와 결이 맞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가이다. 30+X년동안 터득한 3040 연애훈련대장의 나름의 기준을 이야기해 보겠다. 설거지하기 싫은 사람, 모두 집합!


하나. 자아성찰


오지라퍼가 많은 한국사회에서 일하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 왜 늦게 하느냐? 내 결혼에 소개팅 한 개라도 보탠 인원을 제외하곤 모두 입 다물도록! 하고 싶지만, 뚫린 입을 막을 순 없는 법. 늦은 결혼의 이유에 바탕이 되는 라테 이야기가 조금 곁들여보겠다. 경험담일 뿐 일반화시키는 건 아니다.




군대부터 유통회사까지 남초 회사에 오래 다닌 내 머릿속엔 '유부남 행태 취합 보고서'가 있다.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지만, 내가 근무할 때만 해도 회식 2, 3차로 여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과 노래방, 오피스텔은 비공식 회식 필수코스였다. 몇 안 되는 여직원은 집에 보내고 고대하던 그곳에 가야 하는데, 눈치 없는 몇몇이 집에 안 가면 싫어했다. 그런 천태만상을 보는 것도 회식의 소소한 재미였다.


그들만의 코스는 용돈으로 가기 다소 비싼 가격이라 평소엔 돈을 모았고, 기대하는 그날엔 최고의 추억을 만들고, 그다음 날엔 어제의 짜릿함을 회고하며 한층 기분이 UP 되어 있었다. 새로 의 성적 취향은 모두가 알음알음 알고 있었고, 그의 취향의 따라 3차가 정해졌다. 그중 그런 곳에 가지 않는 올곧은 선배 한 명은 그들 문화에 편승하지 않은 탓인지 제때 진급을 못했다. 유리천장이란 이런 것이군. 어린 맘에 약간 사회를 실감할 때였다.


그때 내가 보고 알고 있는 다수는 멀쩡한 집안의 가장이자,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카톡 프로필 사진엔 예쁜 아내와 아이가 웃고 있었다.


그들은 여직원들이 모르는 줄 알고 조용히 쑥덕였지만, 우리 모두가 그 무리의 회식 루틴을 알고 있었고, 누가 뭘 좋아하는 지도 알았다. 그리고 그 구성원 중 그런 회식에 가지 않는 한두 명의 소수가 있다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소개팅 보단 사내연애를 하게 된 이유. 난 취향이 확인된 소수와 만났었다.




지금에 와 생각하니, 어쩌면 난 설거지를 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아이와 남편이라는 사람이 더 좋은 성행위 서비스를 받기 위해 돈을 모으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아 헤매며, 다른 여성과 몸을 섞은 날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가족의 침대에 들어오는 걸, 상상으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혼자 살고 말지.


흔히 결혼의 조건에 학력, 재력, 능력을 말하지만, 연인의 제1의 요소로 제대로 된 정신상태와 언행일치의 행동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리곤 세월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똑바른 정신과 몸상태가 그 어느 것보다 더 높은 기준이라는 것을.


다행히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의 구성원들이 많아지며 회식과 단체활동이 적어지고, 현재의 직장에서도 지저분한 회식행태는 사라졌다. 나 역시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그동안 타협하지 않았던 나의 연애가치관과 맞는 이를 발견하여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이의 사례로 나의 낭군을 의심하진 않기로 했다. 믿기로 했으면 믿자.


아무도 쓰지 않은 깨끗한 식기에 밥을 먹고 평생 아껴줄 생각이라면, 나 역시 평생 그 어떤 식기로도 밥을 먹지 않은 자연인 이어야 한다. 내가 노는 건 괜찮지만 결혼상대자만큼은 그러지 않았기를 바란다? 도둑놈 심보는 버리고, 자격이 있는 자만 논하자. 있다면 계속 읽어도 좋다.

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놀 거 다 놀고 조신한 척 결혼 잘 한 애, 남자엔 1도 관심 없는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 다 까 여시들은 언제나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되는 애들이나 하는 법. 그녀 욕하는 워리어들의 마음 한 편엔 부러운 마음이 더 크다는 건 인정하자. 사람 만나던 버릇 남 못주니, 너무 부러워할 것도 없다. 


다양한 연애 경험 정말 나쁜 것인가? 내숭은 필요악인가? 왜 우리는 그들을 욕하고, 그들은 숨기는가? 이 사회의 이성관계에서 진짜 나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을 던져본다.


결혼을 했다가도 이혼하는 세상이다. 평생 함께할 좋은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사람 알아갔던 경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나쁨의 정의는 '훗날 상대에게 말할 수 있는 이성관계였는지'와 '그것을 일부러 감추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 스스로 떳떳하다면 나쁠 건 없다.


세상엔 다양한 관계가 있다. 가장 정석인 소개팅과 사내연애. 둘이 만나 둘이 오롯이 헤어졌다면 그게 많아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사람 사는 세상엔 다양한 잡 것들이 침범한다. 바람, 양다리, 동거, 파트너, FWB, 원나잇 등. 우리가 남은 설거짓 거리로 표현하는 대부분의 이성관계는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미혼상태의 남녀라면 어떤 형태로 누구를 만나든 상관없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다만, 본인과 평생을 함께할 큰 결심을 한 상대에게 나의 과거 행적과 가치관을 말하는 것이 예의라고 본다. 임의 축소,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시작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꼭 알아봐야 하는 건, 상대의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이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는 상대의 혀가 진실을 향하고 있는지, 그것을 알아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 콩깍지를 이겨라


저요? 별로 없어요, 한 세네 명? 청순한 얼굴의 그녀가 하는 말, 그건 지금 당신이 '믿고 싶은' 진실이기도 하다.


사람의 호감은 외적인 아우라에서 시작하여, 내적인 호감의 단계에 이르고, 관계가 진전되면, 이성의 끈은 살짝 놓는다. 멋있고 예쁜 사람 앞에서 살짝 내가 아닌 하이톤이 되는 것,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의 머나먼 집을 기꺼이 데려다주는 체력은 모두 정상적인 도파민의 작용이다. 이 시기에 상대가 하는 모든 말이 진실이 되고, 그 진위여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콩깍지이다.


결혼 콩깍지 단계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시들해지는 이성적인 단계에 마무리가 되기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었다니, 저런 거짓말쟁이! 상대 매력의 요소 중, 유독 외모를 중요시하는 자 있다면 외적매력도와 이성 꼬임의 횟수는 비례한다는 진실 감수해야 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사람 눈은 비슷하다.


믿기로 했다면 믿고, 만나기로 했다면 만나되, 정신은 똑바로 차리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잊지 말아야 할 진리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이다. 그 인간은 원래 그렇게 살았다.

넷. 레퍼런스 체크의 평균값


뽑지도 않을 거면서 네가 감히 날 체크해? 이직 전 레퍼런스 체크는 인사의 필수 프로세스이다. 100% 신뢰할 순 없지만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회사의 절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내라면 친구들 사이의 소문일 것이고, 회사라면 평판, 소규모 그룹이라면 그 사람을 좀 더 오래 겪은 사람에 대한 조언에 해당한다.


내가 만남을 결심한 사람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믿을 필욘 없지만, 레퍼런스 체크의 개념으로 참고는 해볼 수 있다. 매우 드문 경우이지만 레퍼런스 체크를 했음에도 원하는 인재가 아니라면 회사는 수습 3개월 사이 정규직 계약을 안 하기도 한다. 맹신이 아닌 참고. 의심이 아닌 인정으로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우린 연애를 하며 성장한다.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이를 알게 되고, 함께 보고 듣고 먹으며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얻는 것은 동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성장이다.


그 혹은 그녀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나의 부족함에 의연하게 웃어주고, 싸움보단 배려의 말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나의 연인도 없다. 그들과 어떤 좋은 추억을 쌓았든 크게 의미두지 말자. 그저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막 노는 그녀의 연애사도, 오피의 가격과 가성비를 꿰뚫고 있는 남자 선배의 취향도 굳이 말하지 않는 건, 그들의 삶을 존중해서가 아니다. 그저 남의 일, 그러든지 말든지 내버려 둘 뿐. 크게 욕할 일도 분노할 일도 없다.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그저 내 인생은 내 신념대로 살면 된다. 그리고 나와 결을 같이할 한 친구와 연인을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의 과제가 아닐까.


길지 않은 삶, 남은 인생은 그 소수와 함께 여도 충분하다.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ps. 인품 좋은 리더분도 많습니다. 일부 일그러진 욕망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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