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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May 03. 2021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예술

닉센 (nik'sen)

1시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본다면? 내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 억지로 갇혀있는 감옥처럼 느껴진달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에 기계적으로 스마트폰, 텔레비전, 노트북을 스크롤하며 불필요한 정보까지도 흡수하며 산다. ‘스마트폰이랑 분리 불안이 있어요.’ 내가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본 경험은 출산휴가 시기였다. 한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온종일 아이와 와식 생활을 했다. 육아에 대한 것 외에는 거의 모든 정보의 주입이 일어나지 않았다. 약 100일의 시간 동안 주위의 사람들이 내가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분이기도 했다.

이론적으로는 출산 시기에는 양육자로 탈바꿈하며 체계의 변화와 많은 양의 정보처리가 일어난다. 일과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를 중단하자 한없이 삶이 심플해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뇌는 반강제적으로 정보 디톡스를 경험 중이었다.  


정보 디톡스가 불안한 적도 있었다. 흡수하고 방출하는 단어의 양이 모두 줄어들자 ‘어...’, ‘’저기....’로 문장을 시작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가끔은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3개월을 보내고 회사에 복직했을 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정보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 느낌! 마치 컴퓨터가 느려졌을 때 껐다 켜면 다시 작동을 하는 것처럼, 바탕화면의 파일들을 USB에 옮겨 담았을 때처럼 머리가 더 빨리 돌아가고 정보처리를 빨리 하고 있는 것이었다. 휴직 기간을 빌비로 크고 작은 일들이 위임되어 있었던 상황 때문만은 분명히 아니었다.  




이미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중요시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을 바로 닉센(Niksen)이라고 한다. ‘닉센 Niksen’은 네덜란드어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휘게, 라곰에 이어 네덜란드의 새로운 웰빙 스타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기 위해 의식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다.


책 <닉센>의 저자는 인생에서 더 많은 창의력, 휴식, 마음 챙김을 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예술을 포용하라고 말한다. 뇌를 쉬게 해 주면 뇌 속에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세로토닌이 자율신경을 안정시켜주어서 혈액을 맑게 하고 효율과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필요성은 알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롭게 만들어내지 않는 것,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가만히 있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직장인의 사이클에 들어가면 하루가 끝날 때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하루가 엄청나게 바빴을 때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휴식을 부여하는 닉센이 더 필요한 것이다.  '닉센'을 실행하며 머릿속이 정리되고 머릿속이 편안해지며 행복감이 오르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경험하고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여러 시도와 경험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생산성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에 시험기간을 마무리하며 지루함이나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닉센의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1. 스스로에게 친절해지기

2. 플로팅 상태 되기 : 떠있는 상태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압력 주기 않기

3. 달콤한 나태함(dolce far niente) 즐기기

4. 재촉 모드(Hustle mode) 일시 중지하고 일의 속도 줄이기

5. 자신의 에너지 패턴을 체크하기

6. 부동(Do noting)의 시간 알람 활용하기  


각 항목에 대해 조금 더 길게 쓰고 싶지만 오늘은 절반의 닉센 중이므로 간단히 항목만 정리하며 이만 마치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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