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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빛 Mar 16. 2019

디지털디톡스, 잠시 멈춤

언택트 명상 여행



새하얀 함박눈으로 뒤덮힌 강원도 오대산 명상센터에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눈이 내려 아주 먼 나라에 뚝 떨어져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고요한 장소에서의 자발적 고립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없이 혼자 들어와있답니다. 명상선생님들과 다른 참여자들이 조용히 머무르고 있습니다. 짧은 일정으로 부담없이 휴식하면서 명상프로그램에 참여하기에 좋은듯 합니다.



언택트(untact)를 통한 디지털디톡스


“이렇게 항상 누군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 너무 너무 지겨워!”

어느날 친구와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던 중에 핸드폰 진동소리가 계속 울렸습니다. 회사 선배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였습니다. 전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메세지가 사정없이 들어왔습니다. 주인을 잘못만나 쉬지 못하는 불쌍한 핸드폰을 부여잡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엉엉 울었습니다. 디지털로 초연결된 상태를 선택해온건 제 자신일텐데 그게 싫었던 걸까요?


이 촘촘한 연결로부터 잠시 쉬거나 빠져나가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을때, 자발적으로 이 연락망들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될때,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전화나 카톡이 지겨워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한번쯤은 초연결된 상태를 잠시 해지하고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텅빈 충만’을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명상센터에 오게 된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그동안 쌓여온 디지털 피로감을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받고 싶었습니다. 오지나 무인도로 들어가 핸드폰 끈채 푹쉬며 누워있을 담력이 없는 사람인지라 적당한 수준의 고립을 선택한 것이지요.


명상센터에서의 하루

말걸지 않고 조용히 쉬는 사람들 사이에 가만히 앉아보았습니다. 휴대폰을 끄고 눈을 감은채 말이죠. 핸드폰을 끄는 방법이 순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휴식이 어떤 것인지 그 존재 자체를 잊고 살아왔다는걸 느낍니다. 늘 부족한 수면상태로 지내왔고,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을 통해 수만가지 확인할 뉴스들이 "푸쉬"되었으니 한가지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죠. 아마도 그동안 핸드폰의 전원을 끄는 순간은 비행기에 탈때 뿐이었을 거예요.


일년에 한두번 여행을 가는 것으로 지친 일상을 달래왔지만, 사실 여행을 준비하고 가족들을 챙기며 다니는 과정이 '휴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일'이 되어버리곤 했었답니다. 뭔가 계속 찾고 휘발시켜 버리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행위가 오랫동안 일하며 생겨난 스트레스 해서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명상을 하면 좋은 판단력을 가질수 있다?

책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하라리 교수나 중국 전자상거래의 거장 ‘마윈’ 등 여러 유명 인사들이 매일 일정 시간동안 명상을 한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도 피곤과 스트레스, 분노를 잠재우고 좋은 판단력을 유지하기 위해 명상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명상이 효과가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고, 저 자신을 차분히 만든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걸 내려놓는 휴식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휴식이라는 목적이 생기면 또다시 일을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곤 합니다.  늘 활성화 상태인 제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게 참 다행인듯 하네요.



입소 첫째날

명상센터에 입소해 짐을 풀었습니다. 함박눈이 내린 오대산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몰입되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따뜻한 편백나무의 향을 맡으며 모든 디지털 기기들을 꺼놓고 명상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마음챙김 명상'을 계속했습니다.


마음챙김은 ‘순수한 주의(bare attention)’라고도 부르는 특수한 방식의 주의라고 합니다. 어떠한 생각, 욕구, 감정 없이 주의의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지요.인지와 동기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실제로 쉽지 않았습니다. 훈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겠다.', '내가 지금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것들도 모두 생각, 욕구,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배운대로 비워내길 반복하며 하루종일 명상을 하고나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입소 둘째날 

많은 분들이 명상을 통해 번뇌를 내려놓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 기억이 올라오거나 눈 앞이 번쩍하는 느낌, 눈물이 줄줄 흐르거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 생산력이나 집중력 향상이 되길 희망하는데요, 이 과정을 습득하기 위해선 최소 2년은 걸릴거라고 합니다. 운동과 같은 원리인것 같습니다. 좋은 코치를 만나고 이론과 실전을 꾸준히 배우고 이후 체화시키고 유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채식의 즐거움

명상센터에서는 채식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려와 달리 너무나 맛이 있어 살이 찌는 느낌입니다. 구수하게 지어낸 솥밥과 무우국도 맛있고, 나물마다 다진 홍고추, 씨겨자, 들깨가루, 산초가루 등이 들어있어 감칠맛이 납니다. 특히, 된장에 작게 다진 쫄깃한 버섯과 고추로 맛을 낸 쌈장의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버섯도 자꾸 씹으면 고기와 같은 맛이 난다던데, 종류별로 향미와 식감이 제각기 다르고 신선함이 그대로 흡수되는 느낌입니다. 식사 시간마다 먹으며 명상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하루를 보내고 머릿속이 편안해지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자애로움이 솟는 기분입니다. 예쁜 풍경, 편안한 말씀, 맛있는 음식 등 오감에 좋은 영양소들을 흠뻑 흡수하는 기분입니다. 특히 귀로 들어가는 좋은 말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닳습니다.


디지털과의 결별을 용납하지 않았던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럼 좋은 경험을 다시 정리하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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