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윰즈 Jan 18. 2022

목표를 위한 한 발자국

새해가 시작되고 보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새해 목표를 고심하고 있다. '목표'란 단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데구루루 굴리면서 몸도 함께 뒹구르르. 쉽게 말해서 빈둥거리고 있다. 아직 없어. 목표를 정해야 움직이지. 이러면서 농땡이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일하세요?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우물쭈물하다 그냥 집에 있지요. 아이가 둘이고요. 점점 작아지는 소리로 답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질문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란 가족과 주변 학부모들, 선생님들 정도이다. 나를 이미 잘 아는 사람이거나 아이들을 궁금해하는 사람이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는 큰 자극과 활력이 되며 시야도 넓힐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현실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생활을 계속 했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 만나는 사람의 숫자는 더 많지만 직장이나 업무라는 틀로 한정되어 있다. 새로운 일, 배움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점점 어렵다.


좁디좁은 인간관계와 나의 시야를 넓히고 싶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고 막막한 처지이다. 내가 아는 좁은 해결책으로 '독서'가 있었다. 자연스레 도서관을 들락거렸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취향을 확인하는 책 읽기를 계속 해왔다. 마음이 어지럽고 답답할때 위로를 받고 내 생각을 확인받기 위해서였다. 부모의 역활을 고민하며 육아서적을 읽거나 친구와 수다를 떠는 기분으로 에세이를 읽거나. 사실 취향이란게 분명치 않은 탓에 인문, 소설, 과학 등 여러 분야를 기웃거렸다. 어느날 문득 내게 필요한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애환과 슬픔과 상처들을 마주하며 머리를 휘젓다가 마음마저 헝클어두는 책. 오래 남아있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편하지 않지만, 마음의 갈증이 얼마간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책은 누군가의 감정과 고민이 농축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슬픔을 읽다 보면 눈매가 촉촉해지고, 아픔을 읽다 보면 가슴이 말랑해진다. 이야기를 공감하는 맑아진 눈이 되어 깊이 눌러두었던 나의 상처도 의연하게 펼쳐보고 싶다. 아픈 이야기로 마음을 사포질해서 한결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만큼.


결국, 올해도 내가 할 일은 책을 읽는 것이다. 낯섦, 불편함, 고민에 휩싸여 누군가의 목소리를 읽어내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만난 어떤 문장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펜을 들고 필사를 한다. 나만의 공책에 가지런히 쓰며 모은다. 독서가라고 자부한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나아가 보아야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적는 것입니다."


얼마 전 어느 작가분의 강의에서 접한 내용이다. '왜' 좋다는 감정이 들었는지, '왜' 다른 여러 문장 중에 하필 그 문장이 나에게 와 닿았는지 나만의 맥락을 발견해보라고 했다.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 느낌을 사라지게 두지 말고 하나하나 포착해서 말로 글로 구현해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생각이야말로 나를 확장해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좁다란 나만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꼭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내 생각을 붙잡아 명료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내 안에서 나를 확장해갈 수 있다. 문득 스쳐가는 질문과 고민을 놓치지 않는 것, 두리뭉실 흐릿한 기억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 그리하여 미지의 땅에 깃발을 세우듯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나의 기준을 찾는 것으로 자신을 넓혀가보면 어떨까.


이제부터 책에서 만난 문장을 필사할 때면 나만의 이유를 함께 적겠다고 마음먹는다.


날것의 생각을 펜으로 끼적거리다 보면 토막글이 되거나 혹시 ‘브런치’에 올릴 만한 글이 될수도 있다.

 안을 밝히고 넓히며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 그것은 안으로 밖으로 나를 확장해가는 길이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할 일은 읽기에 더해서 쓰기로 정해본다. ‘읽고 쓰기’란 네 글자에 담겨있는 무한한 우주를 지금의 나로써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더 깊이 더 오래 빠져들수 있을 것이다.


나의 목표는 ‘읽기  안을 밝히고, ‘쓰기 나를 드러내는 . 그리하여 가장 ‘나답게세상과 ‘연결되며 확장해가는 .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올해는 딱 한 해만큼 넓혀가기로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수업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