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냇물_1
"비 맞을라~"
엄마가 형아에게
빨강이를
"비 맞지 말고~"
엄마가 아빠에게
까망이를
노랑 버스를 기다리는
나에게는 노랑이를
비가 나를 때릴까 봐
엄마가 준 방패
노랑방패
막둥이가 다섯 살 때였다.
우산을 씌워줬는데 빗줄기를 완전히 가리지 못했다.
그때 막둥이가 한 말은 비 오는 날이나
우산을 쓰고 가는 작은 사람들을 보면 늘 떠오른다.
"엄마, 비가 나 때려..."
식구들이 나갈 때 엄마가 챙겨주는 우산의 역할을
막둥이는 잘 해석하고 있었다.
그런 날이었다. 비가 오고, 작은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있고, 피곤한데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