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5
나는 똥 싸지 않았어.
송글송글 꽃이 피었을 뿐
개똥이, 소똥이, 말똥이도 아니고
쥐똥이라니
닭똥 같은 눈물 흘린 자리에
쥐똥이 후두둑
봄에 나에게 코를 묻던 너는
가을에는 까치발을 하고
내 눈물 사이를 비껴간다.
다시 지어주세요. 열매가 아닌
내가 가장 향기로울 때의 이름으로
아카시아 향과는 다른 은은한 향이 나는 봄날.
어디에서 나는지 두리번거리는데 길가 담장에 길게 늘이고 핀 하얀 꽃무리를 보았다. 코를 대고 맡아보니 분명 이 향이 맞다. 작고 다글다글한 꽃들 사이에 꿀벌들이 노닌다. 이름이 뭘까, 요 귀엽고 향기로운 꽃은.
-쥐똥나무, 꽃이 지고 난 후 까만 열매가 생기는데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이런 누가 이런 짓을...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름, 쥐똥나무.
아, 생각난다. 운동화 사이사이 까만 열매들이 터지고 끼어있던 것을. 바닥에 까맣게 떨어진 열매들을 피해 다닌 것을. 겨울에도 붙어있던 그 힘센 열매를. 그러고 보니 쥐똥나무라는 이름은 열매와는 어울린다.
꽃말은 강인한 마음, 마치 엄마같은 이름.
이름은 열매로 지어지는 것이구나. 왕이 죽은 후 묘호가 붙여지는 것처럼. 그런데 억울하겠다 쥐똥나무꽃은. 쥐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리 없는 아이는 이름만으로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