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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Aug 08. 2024

그리움

詩,냇물_6

우리 강아지,

할머니는 나에게 강아지랬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할머니 눈에 들어가는 걸 상상했어.

안 되는데,

할머니는 왜 나를 눈에 넣으려는 걸까.


우리 고양이,

나도 고양이가 생겼어.

토닥토닥 팡팡팡

우리 고양이 궁둥이.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어.


학교에 갔는데

칠판 위에 우리 고양이가 놀고 있어.

공책 위에 우리 고양이가 식빵을 구워.


나는 알았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눈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우리 고양이.


그리고

할머니의 강아지.


어릴 때 우리 할머니의 말 중 가장 이상한 말이 바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였다. 눈에 나를 넣다니, 그러다가 내 동생도 넣으시고는 안 아프다고 하신다.


엄마가 되고 알았다. 아이가 자전거 열쇠를 익숙하게 풀고 있는 한 장면을 본 날. 나는 이 아이를 눈에 넣는 경험을 했다. 그 순간 할머니의 말이 내 말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그것은 커가는 아이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었다. 품 안의 자식이 날개를 펴는 순간, 나는 그 날개를 응원하며 하루하루를 모아 내 눈에 넣고 내 가슴에 넣는다.


네가 원한 건 아니었다. 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웠기에 그걸 나 만큼 모르는 너는, 눈치채지 못하고 내 눈에 저장되어 버린다. 사랑과 추억의 순간으로.


막둥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고양이가 하루종일 보고 싶어 혼났다는 말을 했을 때,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의 짧은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나는 안다. 아주 먼 훗날 엄마의 말이 떠오를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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