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냇물_8
엄마, 배 아퍼
엄마 말을 안 들어서 그래.
엄마, 머리 아퍼
엄마 말을 안 들으니 그렇지.
엄마 손은 약손이라더니
오늘은
엄마말을 안 들어서 그런다고
가만히 누워 생각하니
엄마가 아이스크림 그만 먹으랬는데
몰래 하나 더 먹었고
엄마가 해 뜨거운데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나가서 축구했다.
엄마 말이 맞았어.
근데 나는 내일도 배가 아플 거 같다.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엄마말 안 들어서 그렇다"는 엄마말의 엄청난 진리를.
이제는 더 이상 그 말을 들을 일이 없는 나이,
오히려 "자식 말을 좀 들으세요!"라고 말하는
우리 엄마의 아이인 나.
아플 때도 있어, 넘어질 때도 있어.
그 이유를 모를 때도 있어.
그럴 땐 생각해 봐. 엄마가 뭐라고 했었는지..
태초부터 내려온 엄마만의 비법, 엄마의 말.
엄마,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많은 말들 모두 기억나지는 않아요. 근데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내게 말을 했는지는 다 알 것 같아. 내 귀에 달콤한 말도, 듣기 싫었던 말도, 내 방문을 쾅 닫은 어떤 날, 문 밖의 엄마의 표정도...
나는 다 알 것 같아요.
엄마 말을 잘 들을 걸 그랬지, 싶다가도
나라고 별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엄마의 갱년기가 언제쯤이었는지도 알 것 같아요.
미안하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