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Dec 20. 2023

뜻밖의 시련

드디어... 마침내...


무난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 잘 지내던 내가,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걱정하고 고민하는 일이 생겨났다. 사실 성격이 무난하다기보단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신경 꺼버리고 자연스러운 이별(?)을 추구하며, 부딪히지 않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 왔고 그렇게 하다 보니, 굳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편은 아니었다. 내 할 일만 하면 그만이지 굳이 잘 보이고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나는 친해지고자 일부러 말을 하면 오히려 어색해지며 분위기에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신경 끄고 있는 편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나 잘하자는 마음이다.)


그런데...


싫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직장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다가왔다. 일거수일투족 업무와 업무 외적으로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분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명확하시어, 조금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면 먼저 '발끈'부터 하시는, 굉장한 이분법적인 사고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일관되게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 그냥 알아서 눈치 보고 맞춰야 한다.


부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모두 본인을 거치기를 원하셔서 메일 보내는 하나하나 문장까지 살펴보시고, 증빙이 어렵고 본인이 cc로 확인할 수 없는 사내 메신저는 아예 쓰지도 말라 신다.(회사에서는 쓰라고 권고함). 하다못해 입는 것까지, 추위 많이 안 탄다고 했으면서 오늘처럼 따듯한 날에 왜 패딩을 입었냐고 하루에만 3번 이상 물어보시는 그분이 참 버겁다. 세상에나,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니, 업무상 가급적 쓰지 말라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최근 입사한 내가 타깃이 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옷 입는 거 신는 거 먹는 거 까지 관심이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다행히 이분이 조금 특이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계시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적이며 다그치는 말투라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 마디 할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겁부터 난다. 오히려 이런 상태가 되니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마치 가방 속 초코파이가 눌려 뭉개지는 기분이다. 이때 주변 동료의 조언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게 진짜 내가 잘못해서 혼나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고 굳이 상처받지 말라고 하신다. 맞는 말씀.


과연 이 조직에서 내가 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데 아직 초기이고 그래도 배울게 많으니 벼텨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딜 가나 나와 다른 사람은 존재하기 나름이다. ( 그 사람이 나의 선배이든 후배이든 유관부서 사람이든 오너이든 ) 조직에서 버티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결국 나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이 모든 시련이 모두 나의 거름이 되어 또 한 단계 발전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연말결산을 준비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