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어려움
작년 12월 알고리즘을 타고 잠깐 본 유튜브 영상에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남자 분이 대답한 한 부분이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러분은 2016년에 뭐 하셨어요? 그 해에 했던 특별한 일이 기억나세요?”
2016년이라... 나는 그때 뭐했지? 하며 생각하는 동안 그 분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직장에 가서 일하고 열심히 살았을 거예요. 예전에 저도 그랬어요.”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열심히 산 것 같은데 그 해에 내가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열심히 살긴 살았던 것 같은데... 그 분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면서 부부가 함께 1년 프로젝트를 만들어 해마다 실천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올해는 악기 하나를 배워 연주회 하기 / 올해는 책 출판하기 /올해는 1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보기 / 올해는 1년 동안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해 보기 등등... 그런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1년씩 산 이야기를 결과물로 남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멋진 삶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자기 삶을 자기가 주도하면서 사는 느낌이었다. 늦었지만 나도 그렇게 살아보기로 했다.
2021년 나의 1년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거야! 좋았어! 그런데 ...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
고민하다가 1년 프로젝트라면 책 쓰기가 좋을 듯했다. 1월 달에 준비 작업으로 책을 출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도 사서 읽고 강연도 들었다. 몇 주가 지나니까 조금씩 조금씩... 흐지부지 기운을 잃어갔다.
그때 책보다 먼저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려면 자기 소개를 쓰고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기획의도를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3개의 글을 올려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생각만 하던 것을 직접 글로 드러내는 일도... 나에게 있는 경험이나 지식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을 나만의 색깔로 구성해서 내는 일도...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 Just do it~! 그냥 해~! 브런치 작가에 합격 못하면 어때! 매주마다 글을 썼다는 게 중요하지. 내 페이스에 맞게 쓰면 되지... 하면서 의식의 흐름처럼 마구 썼다...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냥 써~ 핑계 대지 말고. 쓰다 보면 언젠가 쓰게 될 거야."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절반의 성공으로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만 얻었고 이후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최근에 빈 공간이 되어 버린 브런치를 보며 망설이는 중에 나에게 찾아온 책이 있다.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는 나에게 나의 지금 상황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Don't Just do it~! 그냥 하지 말라고?
읽으면서 나 같은 기성세대, 일명 꼰대 세대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길영 작가는 코로나 19로 우리의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른 시스템과 문화와 기술이 새롭게 적용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있는 걸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전체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바로 지금이 바로 그렇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던 기존의 근무, 근로, 직장, 직업 등에 대해 새롭게 정의해 봐야 합니다. 어떻게 일해야 하고 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내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 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p174
요즘 글을 쓰면서 먼저 방향성을 잡기 위해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연습 중이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인지, 독자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나의 글쓰기 방식도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그냥 써~ 핑계 대지 말고~"의 단계에 있지만 이제 어떤 삶의 지향점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Just do it과 Don't Just do it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