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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파파야 향기 Mar 15. 2022

이야기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JTBC  <뜨거운 씽어즈> 첫 방송을 보고

# 누구나 이야기는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가는 그 사람의 몫이다. 인간만이 가진 이 이야기는 멈추지도 사라지지도 않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욕망이 있다. 어떤 사람은 글로, 어떤 사람은 노래와 춤으로,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표출한다. 특히 오랜 시간 자기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은 시간의 힘 속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툭툭 던지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아 뭔가 묵직한 것이 올라오게 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야기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몰입을 하게 하기도 하고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듣는 사람의 해석이 만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 삶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다


멋진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JTBC [뜨거운 씽어즈]는 최고령 86세 김영옥 배우를 중심으로 15명 배우들이 모여 합창단을 꾸려가는 과정을 그린 첫 방송이었다. 첫 방송은 합창단의 자기소개 무대였는데 제작진이 정한 순서대로 배우들이 나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노래에 실어 표현하는 중이다. 


그런데 첫 순서 나문희 씨의 무대부터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나문희 배우는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얹어 불렀을 뿐인데 그 이야기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되어 버렸다. 노래가 이야기를 타고 감동을 만들었다. 이전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합창단을 만들고 공연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배우들로만 구성되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각각의 배우가 가진 인생의 단면이 노래에 담겨 진한 감동을 준다.

https://youtu.be/jy4HibPRJbU

배우 한 분 한 분의 무대를 보며 웃고 우는 시간이었다.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한 대단함이었다. 정말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특히 80대의 두 노배우의 노래와 이야기는 묵직하다 못해 뜨거운 뭔가가 올라와 울컥했다. 그러면서 유쾌하게 넘기는 그들의 말과 행동들은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그분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거기에 노래가 가진 힘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는 상승했다. 노래 또한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더욱 몰입하고 감정의 진폭을 크게 느꼈다.


장현성 씨가 자신의 무대를 마치고 한 말이 와닿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들이 노래를 다 자기 연기로 하는구나." 


배우라서 그런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각자의 이야기가 투영된 선곡과 감성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특히 86세의 김영옥 배우님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노래였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님의 이야기였다. 이 프로그램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화려한 노래 실력도 포퍼먼스도 아니다. 진심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약간은 어설프기도 하고 프로그램 상의 편집도 있겠지만 그 배우들이 보여주었던 삶의 이야기들이 내 가슴으로 스며들기 충분했다.


#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살아간다. 그 이야기에는 인간의 삶이 담겨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처럼 이야기는 인간의 삶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감성을 소비하게 부추긴다.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시대에 나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또다시 고민하게 되는 밤이다. 나의 고민에 김영옥 배우의 귀여운 '썅'을 살포시 내뱉어 본다.





김영옥 배우가 노래를 마치고 맨 마지막으로 제작진에 날린 썅~이 잊혀지지 않는다. 욕을 못하는 나로서는 노배우님의 썅~은 든 것이 일순간 이해되고 용서가 되는 카타르시스였다. 방송에서 이렇게 욕을 할 수 있다니... 순간 흠짓 하다가 뭔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박장대소를 했다. 역시 멋지다. 오늘 나는 다섯 분의 배우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소비했다. 그들의 설렘과 열정으로 버무려진 이야기로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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