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못된 만남

독종상사 밑에서 계속 참아야 하나?

by 낭만샐러리맨


독종 상사는 우리 주변에 흔한 편이다.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서 책 제목만을 살펴보면 `극기훈련장`을 방불케 한다.

편집광이 되어야 하고, 성질도 죽여야 하고, 독해져라, 공부해라, 책 읽어라, 1만 시간 노력해라,,,,공부할 분야도 많다. 영어는 기본, 프리젠테이션 스킬, IT 지식, 리더십, 좀더 확장하면 와인, 상사의 취미 등등,,, 직장인에게 알아야 할 것들이 이렇게도 많나 하고 놀라게 된다.


보통의 직장인들 일과를 보면 사실 좋은 일들 보다는 불편한 일들이 더 많다. 대부분 팀으로 일하고 있을 텐데, 독종 팀장과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단 없을 것이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면 드라마(만화 원작) `미생`의 마부장(사진) 같은 분 밑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누구든 계속 참아야 하나 고민될 것이다.

팀원들이 모두 보살 같아서 계속 참으면서 마부장을 모시고 살게 되면 마부장은 그럭저럭 승진하여 진상 짓을 계속할 것이고, 이제는 그 병폐가 다른 부서로까지 미치게 된다.


마부장의 부하 직원들이 선택할 만한 일은 아래와 같다.

인사부서에 고충을 접수한다

외부 기관에 도움을 청한다 (갑질 신고 등)

그냥 이직한다.

이직하면서 한방 먹인다. (인사부서 보고 / 그렇게 살지 말라고 따스한 엿먹임)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대략 알겠지만,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마부장 같은 분의 행태가 회사에 의해 바로잡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건 추정이 아니라 팩트이다. 회사는 팀장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팀원들의 고발로 팀장의 굳어진 리더십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바꾸어 팀이 이전보다 더 잘 돌아간 사례를 인사부서 생활 30여년간 본 적이 없다.

가뭄에 콩도 날수 있으니, 혹시라도 회사에서 심각하게 받아 들이게 되면 아래처럼 조치할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조치 : 마부장을 징계하고 시정지시만 내린다. (계속 같은 부서)

마부장을 다른 부서로 보낸다.

고충을 접수한 분을 다른 부서로 보낸다.


결코 폭행 등의 심각한 건이 아니면 해고란 없다. 그리고, 회사가 마부장을 해고해도, 고발한 분은 조직의 생리상 온전히 남아있기 쉽지 않다. 그래도 마부장과 친한 분도 있을 것이고, 다른 수많은 상사들은 `부하직원의 이러한 정의감`을 대체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이 상황을 회피할 방법은 그냥 조용하게 이직하기이다.

한방 먹이고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마부장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동네 방네 소문을 내서 어떻게든 보복하려 할 수 있고, 다른 직장에 가는 과정에서 평판조회시 안 좋게 나올 가능성은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직장을 심하게 많이 옮겼다. 40대까지는 다른 분들이 필자가 이직한 소식을 들으면 그 반응이 `또 옮겼어?` 였는데, 50대가 된 지금은 `대단하다`로 바뀌게 되었다.

이직의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일단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니, 이력서 돌리고, 헤드헌터 접촉하고, 연락 오면 면접 하고, 떨어지고, 다시 이력서 내고, 면접 하고(외국계 기업의 경우 심하면 영어인터뷰 5차까지 면접), 잘되면 평판도 조회(reference check) 정도까지 가면 이제 계약까지 마무리 단계만 남는다. 이 많은 면접 과정에서 필수 질문 중 하나가 직장별로 `왜 그만두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면 그동안의 빈번하게 이직한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일단 새로운 직장이 잡히고, 만약 근무장소가 다른 도시로 옮겨지면 혼자 살면서 주말부부를 하거나, 가족들까지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자녀들은 전학을 해야 될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사를 안 하는 상태의 이직만 하더라도, 새로운 직원들과의 인간관계 설정, 새로운 업무 파악(같은 인사노무 업무라도 회사별로 조금씩 다르다), 새로운 보스 모시기, 기타 업무관계자들 (본사 보고라인, 관공서, 외주업체 등등)과의 업무 확인 및 관계 설정 등등 이 기다리고 있다.


이직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면서, 다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은지? 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데, 결론은 그 상황이면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답이 나온다. 당시의 상황과 여건에서 충분히 고민하였고,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이고, 필자는 이 결과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이직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선택이었고, 덕분에 다른 분들보다 다양한 업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다루면서 수많은 좋은 사람들과 가치 있는 경험들을 한 것은 정말로 값진 자산이 되었다.



직원의 빈번한 이직을 회사는 대체적으로 싫어한다, 외국계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이 특히 더 그렇다. `종신고용 문화`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면접 오라고 불러 놓고 아예 대놓고 뭐 이렇게 이직을 많이 했느냐고 비난하던 오너 사장님도 계셨다. 결국 한 시간 동안 혼나고 나와서, 그 업체를 20년째 욕하고 있다.


필자는 이직에 대해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회사든, 업무든, 인간관계든, 출퇴근 여건이든 심각하게 안 맞는다는 것인데, 굳이 그걸 참으면서 계속 해나가는 게 결과적으로 볼 때 회사를 위해 생산성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입에 거품을 물고 술만 먹으면 불평하시는 분에게 남아있는 분들이 흔히들 그렇게 싫은데 왜 안 나가? 라고 묻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 그래서 그 정도 상황이면 이직하는 게 맞다고 본다.


생각해 볼 만한 사실은, 이직 당시 직원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 분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하시는 분도 유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니, 회사로서는 이러한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것보다 누구 한 명이 이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조직에 남아서 계속 갈등관계를 지속시키면 그 주변 및 같은 팀원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어떤 분은 `질긴 놈이 이긴다` 하여 끝까지 버티고, 그러면 상대가 이직하거나, 문제가 정말로 심각해지면 회사가 이직을 권유하면서 합의금을 제시하기도 한다.


참을성만이 미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아서 병 나느니 참지 말고 어떤 상황이든 윈윈할수 있는 대안을 찾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keyword
이전 11화존칭의 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