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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샐러리맨 Aug 09. 2023

50대 직장인이라면 명심하자

50대 중반임에도 열심히 직장생활 중이다. 

내 나름대로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들어 그건 나만의 착각일 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직원들과 스크린 골프 동호회를 갔다. 저녁도 공짜로 먹고(간단한 김밥이긴 하지만), 가끔 맥주도 한잔 하고, 스크린 게임비도 무료이고,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1석 3조 이상의 혜택이다. 그런데, 지난번 영화동호회 탈퇴 때와 거의 비슷한 경험과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정말로 밥보다 좋아하기에 (왓챠피디아 평가 : 대중의 평가에 잘 휘둘리지 않는 지조파, 상위 0.1%의 왓챠피디아 보증 1등급 영화 내공인) 영화동호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다 좋은 것 같은데, 3~4회가 지나니 뭔가 이상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영화 동호회 특성상 영화 한편 보는 전후에 같이 어울리고 대화할 만한 시간도 별로 없음에도, 뭔가가 찜찜한 듯 하여 영화동호회는 탈퇴했다. 당시에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었는데, 표면상의 이유로는, 영화 한편 보자고 만나고, 기다리고 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선호 좌석이 앞쪽인데, 동호회 예약 특성상 맨 뒷줄이라는 점, 시간대가 업무 종료후이다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라는 점 등이 불편했었다고 판단하여 영화동호회는 탈퇴를 했다.


스크린골프 동호회도 역시 비슷하다. 모이는 시간 소비, 조편성 시간, 일괄 동일한 난이도의 골프장 선택에 대한 비선호도 등이다. 스크린에 능숙한 젊은(30~40대) 직원들은 어려운 코스: G TOUR / 상급 / 매우 빠른 그린 등을 선호하여 골프에 대한 실력을 구분하지 않고 동호인 전체에 대해 일괄로 동일하게 선정하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어차피 다른 방에서 치는데, 왜 굳이 어렵고 싫다는 코스를 일괄 정할까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스노우보드와 비교하자면, 초급자를 바로 최상급자 코스로 끌고 올라간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즉, 용평의 레인보우 차도 실력 정도를 레인보우 1이나 2 슬로프(직벽이라 불리운다)로 데려가서 굴려 버리는 것과 동일한 것인데,,, 이런 무식한 짓을 왜 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이전에 비슷한 또래로서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즐기던 시절과는 다른 느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느낌,,,출근길에 운전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제 내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나이와 세대가 있는데, 50대 중반인 내가 이들과 같이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내 착각이다. 


50대 정도 되면 직급도 어느 정도 상위일 것이고, 그 부서에서는 거의 최고령일 것이다. (나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같은 부서도 아니고 동호회 직원들이 직급도 높고 연령도 한참 선배인 나와 스스럼 없이 어울릴 것이라는 것은 큰 착각이다.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모를까, 이 동호회와 직원들이 내 취향에 맞게 진행되고 운영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크다. 신체적인 능력도 떨어지고, 선호하는 방향과 트렌드가 있으니 회사 동호회는 50대의 취향, 트렌드와 다르게 흘러 가는게 맞다. 

혹시라도 동호회에서까지 `내 취향을 고집`하는 짓이야말로 꼰대의 전형이다. 입 닥치고 같이 그들과 하나가 되어 놀 각오와 의향이 없다면 괜히 회사 동호회에서 직급과 나이로 꼰대짓 하면서 민폐 끼치지 말고 탈퇴하여 50대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맞다.

어차피 얼마 안 남은 직장생활 기간, 깨끗이 포기할 건 포기하자.

50대 직장인이라면, 이제 내 시대는 갔으니, 후배 세대들이 즐기고 이끌어 갈수 있도록 기회를 터 주자. 내 또래와, 내 취향의 분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굳이 피곤하게 내 취향과는 다른 것들을 인내하지 말고 내 길을 찾는 것이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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