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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나 Apr 26. 2022

세이팬 유감

세이팬은 아이들의 발달에 도움이 될까


육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책읽기(읽어주기)가 아닐까 싶다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세이팬'이라는 신기한 육아템이 열풍이다


책 본문에 콕 하고 찍기만 하면

해당되는 동물 울음소리나 내용을 대신 읽어주는 기계


이미 '필수템'이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인기가 많다

가격은 1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아빠 노릇 37개월차인 나는

매일 밤 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 루틴을 지속하고 있는데

아이가 아직 한글도 모르면서 페이지마다 내용을

기억하고 따라 읽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정작 어른은 글자를 봐야 내용이 떠오르는데도..)


세이펜을 처음 접했을 때의 첫인상은

'신기하다'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거지?'

그리고 뒤따른 생각은..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물건일까?'

'부모가 잠시 편하자고 만들어진 대용품은 아닐까?'

하는 거부감이 따라왔다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한 유아,아동기에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동화책과

기계음으로 듣는 동화책이 주는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생하고 리얼한 호랑이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든

누를 때마다 똑같은 녹음된 소리가 나온다


같은 책도 다른 날 읽으면

엄마아빠의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뉘앙스도 바뀌고 심지처 내용도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매번 새로운 해석과 시각이 존재하고

아이는 그 미묘한 뉘앙스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둘 줄 아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자라나는 것 같다


교육학에서의 학습 이론은 크게

행동주의, 인지주의, 구성주의의 순서로 발전해 왔는데

인간는 주입하는 그대로 받아먹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극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거쳐야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구성주의가 현재 교육의 지론이다


인간은 가르쳐주는 대로 학습하지 않는다

기억에 오래 남는 정보들은 정서적 경험이 동반될 때다

정서와 관련된 편도체가 활성화되어야

머리에도 남게 된다


세이펜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소화시키기 쉬운 죽 같은 게 아닐까

이로 씹고 위로 부수고 으깨어 소화시키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박탈하는,

그래서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라나는 것을 제한시켜

자동 프로세스에 의존하게 만들어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도구는 아닐까


상상의 나래가 너무 나갔나 보다


그치만 엄마의 반복된 제안에도

마지막까지 결사반대로 일관하는 중이다


아이에게 자꾸 뭔가를 해주기보다는

유해한 것들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도와줘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육아의 핵심이라 믿는다


내 판단에 의하면 세이팬도 유해 자극의 일종이다

티비가 책의 영역에까지 침범해 들어오려는

상술,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극성 소리 듣는 게 두려워

남들 하니 덮어놓고 다 따라하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


검색해보니 근거(연구결과)에 기반한

잘 정돈된 글이 하나 있어 반가운 마음에 첨부한다


https://brunch.co.kr/@cheng-mi/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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