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한여신 May 12. 2023

오늘의 날씨 맑음

아주 가끔 화창한 때가 있다

대체로 나의 하루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웃을 일이 없어도 웃어야 복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거꾸로 살아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벽에 가로막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내 삶에 더 이상 희망같은 게 없다며 무기력하게 지내왔다. 가끔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역꾸역 동기부여를 하며 의미있게 시간을 채워보려고 했지만 금세 시들해졌다. 잔뜩 메마른 땅에 심어진 풀 포기처럼 나는 늘 쳐져있었고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하루가 퍽 우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나아갈 길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던 눈빛이다. 몇 해 전 동 주민센터에서 봤던 직원의 표정이 딱 이랬다. 퀭한 눈에 무미건조한 말투 그리고 피곤한 표정. 저 사람 되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의 모습이 내 미래였구나.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토록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줄 몰랐다. 지루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걸 대충 예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종종 즐거운 이벤트가 생길 거라 기대했지만 허상에 불과했다.


  그렇게 대체로 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유난히 먹구름이 요동치는 날엔 내 마음에도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그런 순간에는 모든 의지와 용기가 사라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발 떼는 것조차 힘들다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남몰래 숨죽여 울곤 했다. 다들 힘들다는 세상이고 더 괴로운 사람도 많을테니 내가 겪는 일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체감하는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웃고 떠들며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껴있을 땐 비극이 배가 됐다. 그렇게 사소한 불행에도 한껏 몸을 떨며 잔뜩 예민한 상태로, 꽤 긴 시간 삶에 지쳐 있었다.


https://www.capetownetc.com/cape-town/weather/a-sunny-sunday-welcomed-by-all-sunday-weather-forecast


그런데 가끔씩 내 하늘에도 밝은 빛이 드리운다.


  이상하게 가끔씩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걱정거리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쓸데 없는 상념에 힘들어 하기보다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날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이 불쑥 드는 때가 있다. 바이오리듬의 변화인걸까 아니면 자연스레 찾아온 좋은 운이었던걸까. 그런 시기마다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곤 한다. 드디어 반 발자국 뗄 마음이 생겼기 때문에 비로소 다음 여정을 기대하게 된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든 어떻든 지금의 내 모습도 썩 괜찮다 느껴지고 앞으로의 내가 어떨지 조금은 궁금한 그런 마음. 그런 날엔 왠지 폭풍우가 불어닥쳐도 나에겐 맑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느낌이다. 희망이 곧 빛이라 느껴서 그런걸까.


어쩌다 한 번이지만, 오늘의 날씨 맑음
매거진의 이전글 어서와, 브런치는 처음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