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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beangirl Apr 25. 2022

독립하는 인간, 나.

step.0 독립이란 무엇일까?

나는 독립적인 인간이다.

아닌가, 그냥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간인 것 같기도 하다.

 짐을 옮기며, 정든 복도 (by Minolta X-300, fuzi c200)

나는 독립을 내내 하고싶었다.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독립은(그래봤자 1, 2년 전이다.) 대학을 나와, 취업 활동 끝에 취직을 하고, 돈을 벌고, 집을 구해서 나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초년생에게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큰 풍파를 겪지 않고 취직을 했지만, 집을 구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아주 어릴 적부터 좋아했는데, 생각해보면 혼자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혼자서 살아본 적도, 연애를 쉬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집에서도 K-장녀인 만큼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았고, 그만 큼 혼자로서의 자유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인내심과 참을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다고 스스로 자부하는데, 그 만큼 혼자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자유롭지 못한 나의 환경을 잘 참아내 왔다. 적어도 수면 위는 잔잔한 나의 마음에 돌을 던진 것은 출퇴근이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아슬아슬하게 사택을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로 직장을 구해서 좋았지만, 점점 왕복 3시간 만원 열차에 몸을 싣고 다니려니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심지어 집에서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집에 도착하면, 항상 나에게 맡길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고, 힘들고 지친 부모님과 나의 도움을 바라는 동생이 있었다.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택도 없을 것 같았다.(물론 부모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최소한 전세 보증금을 모을 때 까지, 사택에 어떻게든 들어가기 전까지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고, 그 돌파구로 찾은 것이 할머니 집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 심리적 독립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물리적 독립이라고 생각했다.(방금 물리적 독립이라고 썼다가 지웠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진정 혼자가 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방 한칸을 제공받음으로써 경제적으로도 아직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단지 심리적으로 "나는 떠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뿐이다.


할머니 집으로 짐을 옮기며, "독립"에 대하여 어느 때보다도 많이 생각 할 수 있었다. 독립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것만이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심지어는 나의 취향과 직업의 독립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서야 독립의 말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獨 홀로 독, 立 설 립. 


혼자 서는 것, 홀로 바르게 서는 것. 요즘 가장 즐겨보는 프로인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항상 강조하는"자녀 양육의 최종 목적은 자녀가 올바르게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독립적인 인간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독립적인 인간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고찰과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아직 떠날 준비가 다 된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립의 첫 발을 이제 막 내딛었고, 조금씩 제대로 독립해 나갈 것이다. 그 여정을 브런치에 하나씩 기록해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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