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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beangirl Mar 13. 2024

첫 회사, 첫 퇴사

step.3 경제적 독립의 길은 어려워

멋모르고 들어간 첫 직장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만족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앞으로 그보다 더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일이 있을까 싶고, 일도 어렵지 않아서 다른 직장을 알아본단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미래 나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기업에서 내가 10년뒤에 [OOOO 과장 콩쥐]가 되어있을 것"이란 생각이 나에게 우울감과 좌절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다. 첫째는 내가 점점 기업과 나를 동일시 여겼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 근본적인 원인에 경제적 불만족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퇴근 후 여러 가지 것들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그래 맞네, 애초에 원래 퇴근 후 삶이 있으려고 이 무난한 회사를 오게 되었지


그런데 아무리 업무강도가 낮고, OT 없는 규칙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하루에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무려 하루의 1/3이다. 나머지 1/3은 잠에 들어야 하고, 마지막 남은 8시간을 쪼개어 밥도 먹고 출퇴근도 해야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어 뭔가를 한다는

게 보통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악기도 배워보고 참 다양하게 시도는 해보았다.

그치만 이것으로 미래의 나를 책임질만큼은 아니었다.

여전히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우울했고, 채워지지 않는 인정욕구가 존재했다.


첫 회사는 경제적으로 나를 만족시켜주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뭐 그런게 중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늘상 그렇듯 앞으로 내가 받을 돈을 얼추 어림잡아 볼 수 있는데 그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항상 불만에 가득 차 있으니 나도 저절로 툴툴대며 불행한 삶으로 나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 터진 건 앞으로 내가 몇년간 모을 돈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생각했을 때였다.

아, 나는 여전히 10년 뒤에도 이 멀리서.. 아니, 지금보다도 더 멀리서 출퇴근 할 수 밖에 없겠구나.


그 순간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이직을 준비한 첫 번째 사유는 단연 돈이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았을 때 그 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너무 쉽게 얻었었다. 흔히 쉽게 얻은 돈은 쉽게 쓰기 쉬워서 로또에 당첨된 자가 진짜 부자가 되는 일은 드물다고 하듯이, 쉽게 얻은 이 자리는 나에게 성취감을 주지 못했고, 더 이상의 목표의식이 생기지 않았다.


더 구체적으로는 스스로를 제대로 증명받지 못한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어쩌면 자만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자리 이상에서 내가 해 보고 싶다, 또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더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비슷한 업계로 이직을 준비했고, 그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지원했다. 아무 연고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지만 실무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패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는지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현재 두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제와서 돌아보니 첫 회사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도 있고, 떠나고나서 보니 그때는 몰랐던 장점들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이직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일에 대한 주인의식, 업무에 대한 주변의 인정을 그토록 바랐는데 이직 후 1년간 정말 감사하게도 이를 다 경험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부모님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또 치약, 수건, 컵 이런 자잘한 것이라도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생각보다 내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나는 갓 경제적 독립의 첫 발을 띠었을 뿐이고, 

완전히 경제적 독립을 했다고 생각이 들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회사를 제외한 나로서 설 수 있게끔 나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일이 나에게 남은 가장 큰 숙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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