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리뷰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호기심 많은 한 소녀의 여행 판타지 소설인가 보네.”
책을 받고 드는 첫 느낌이었다.
표지 그림이 동화책을 연상할 만큼 강렬했다. 이러한 제목과 표지그림에서, 세계 어린이 대부분이 읽는 동화 <Alice in Wonderland>가 연상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이런 나의 예상은 조금 맞기도, 많이 틀리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렇게 처음의 문장을 수정해본다.
“대책 없는 한 소녀의 원더랜드 호텔 숙박 일기로구나.” ㅎㅎ
저자 #문은강 의 프로필을 보니 1992년생, 아직 풋풋한 20대 젊은이다.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출내기 작가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산뜻하고 감각적이다. 사뭇 무거운 1980년대와 그 이전의 아픈 한국 역사를 가벼운 필치로 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선 중심인물 ‘고복희’의 캐릭터 이미지가 표지그림에서 보이듯 무덤덤하다. 굳은 표정의 동요함 없는 원칙주의자, 캄보디아 프놈펜의 자그마한 호텔 ‘원더랜드’의 사장 고복희, 그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위 한심한(?) 청년 투숙객 박지우의 접근으로 차근차근 풀어지고 있다. 동화 속 앨리스가 가는 곳마다 인물이 모여들고 사건이 펼쳐지듯 말이다.
‘원더랜드’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1980년대 이후 대학문화의 변천사, 정치 사회 현실의 문제점, 부끄러운 국가정책과 사건들이 두루 소개되고 있다.
요즘 한창 뜨는 #한도시한달살기 #재외한국인민박 #인스타자랑질 #블로거따라하기 등의 주제어가 과거 역사의 키워드 #새만금간척사업 #서울올림픽 #도시철거민 #디스코 #IMF 등과 함께 퓨전음식처럼 버무려져 있다.
아픔을 다루되 절망에 빠뜨리지 않으며,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을 드러내되 촉촉한 인정의 애틋함도 제공해주는 이야기에서 숨통이 탁 트였다. 여행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결국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행위. 그것이 여행이고 인생인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투숙객 박지우는 제대로 된 여행을 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각 장면이 영화처럼 그려진다는 것이다.
영상시대에서 자라난 작가답게 각 인물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글! 후루룩 각색하여 곧바로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낼 수 있는 경쾌함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3부에 접어들어 고복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가슴이 찡해지고 왠지 모를 설움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다. 저자가 실제 겪었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독자의 가슴을 울리게 했다면 그만큼 과거의 시간, 당시 인물들이 되어 생각하고 공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가 “요즘 젊은것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고 놀고먹으려 만 드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다” 치부하는가.
여전히 시간은 가고 미래는 어른들이 보기에 한심한(?) 청년들에 의해 세워지고 발전되는 것이거늘!
이렇게 한 편의 소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경쾌하게 교합시키며 세대 간극을 좁히고 있는 신예작가 문은강. 그녀를 열렬히 응원한다. 짝짝짝!!!
(2019. 11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