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센스 없는 사람이다. 비하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괜히 샐쭉해져서 늘어놓는 한탄도 아니다. 슬프지만 진실?이런 것도 아니다. 슬프지 않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일 뿐인 걸. 댓츠 올.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사회생활을 할 땐 나인가 싶은 생각이 들면 그냥 튀어가야 하는 거라고. 그게 사회생활의 철칙이라고. 딱 보아도 사회생활 잘 하시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라 똑똑히 새겨들었었나보다. 여태 기억나는 걸 보니. 딱 보아도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동기가 걱정되어 하신 말이었을 게다.
그런데 틀렸다. 그 철칙은 센스 없는 사람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의 시선에서 쓰여졌음이 분명하다. 내가 지내보니, 센스 없는 사람의 사고는 현실 조망형도 미래 예측형도 아니고 과거 반추형이었다. 그 순간엔 나인가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아, 저걸 내가 했어야 하는구나! 아, 저렇게 했어야 하는구나! 하는 때늦은 생각만 할 뿐이었다.
사회생활을 십 여 년째 하다보니 센스있는 사람을 왕왕 만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긴 시간 걸리지 않아도 그들의 센스가 곧장 느껴진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센스가 꿀처럼 뚝뚝 떨어진다. 모를 수가 없다. 그 센스가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가는 시간의 출구에 서서 나는 항상 감탄한다. 상황과 사람이 이렇게나 어우러질 수 있는 거구나! 내가 목격한 조화는 놀랍고 때론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런 걸 보면, 안타깝게도 센스 없음은 대단히 큰 단점인 것 같긴 하다. 앞으로도 꽤 오랜 동안 사회생활을 해야할 것 같은데 어쩌자고 이리 큰 단점을 타고난 건지.
대신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센스없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센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건 장점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