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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풍뎅이 Feb 10. 2020

2월의 첫 번째 편지


안녕 우리 딸.


요즘 키즈카페도 못 가고 사람 많은 곳은 못 가서 심심하지? 지난주도 역시 하원하고 바로 집으로 오는 일상의 연속이었어. 주말에는 큰 방방이가 있는 곳에 가고 싶다 했지만 갈 수가 없었고. 원래는 봄이 오기 전에 딸기농장 가자고 너와 약속했는데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직도 고민 중이야. 답답해서 아빠 차로 바람 쐴 겸 드라이브도 하고 공원 가서 킥보드 타고 왔더니 어찌어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왔네. 


코로나 바이러스가 뭔지 우리의 일상을 많이도 바꿔 놨어. 마스크는 필수고 눌러야 하는 버튼들(엘리베이터나 공동현관 버튼 같은 것들)도 새끼손가락으로 누르고 문도 팔꿈치로 밀고 식당이나 카페 가서도 꼭 의자나 테이블을 한 번씩 닦게 되고, 되도록 이면 마트도 안가고 배달로 받고 말이야.

바뀐 일상들에 어른인 엄마도 답답한데 한참 뛰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넌 오죽할까?


그래도 아직까진 크게 답답해하지 않고 집에서도 잘 놀아줘서 다행이야. 엄마가 그린 우리 가족을 예쁘게 색칠한 다음 오려서 역할극 하고 리본 만들기 장난감으로 리본공장처럼 연신 리본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아끼는 인형들 씻겨주기도 하고 그러다 놀이 끝에 지루해지면 30분 정도는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보여주면 지루함도 잊고 영상에 집중하지. 

혼자 노는 모습이 안쓰러워 자꾸 놀아주려 했는데 지금은 '그래. 혼자 놀 줄도 알아야지' 참견 안 하려고 노력 중이야. 너의 세계에 자꾸 발을 디디면 놀이의 흐름이 깨져버리는 느낌이라. 혼자 곧잘 노는 우리 딸 덕분에 엄만 마음 놓고 설거지도 하고 방도 닦고 빨래도 개고 그래. 요즘.


이번 주는 뭘 하면서 보내야 할까. 

어서 불안한 이 시기가 지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 놀고 답답한 마스크와도 안녕했으면 좋겠어.

미세먼지에 바이러스에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이 꺼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딸이, 너를 포함한 어린 친구들이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오늘도 즐거운 오후 보내자.

이따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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