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지?
우리 부부의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바로 '잘 먹고'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기다려왔던 제주여행이 드디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아끼고 아껴왔던 소중한 연차를 쓰는 만큼 더 잘 먹는 게 당연한 일. 제주도에서 뭘 먹고 다닐지, 제주도의 맛집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맛집? 손님이 가장 많은 집!
구글 검색창의 네모난 박스에 제주 맛집 입력 후 엔터! 그러자..
검색 결과 약 11,600,000개
나는 단지 네 글자를 입력했을 뿐인데, 천만 건이 넘는 제주 맛집 소개글을 보여주었다.
네이버에서도 검색해 보았으나 그 결과는 비슷했다. 화려한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블로그들을 다 보고 있을 수도 없고, 진짜 맛집 소개 글인지 아니면 소개를 빙자한 광고글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쏟아지는 맛집 정보들 사이에서 "찐" 맛집이 어디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곳? 진리의 단짠단짠? 아니면 음식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곳?
제주 여행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가 '맛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까지 이어졌다 (역시 쓸데없는 생각은 꼬리를 쉽게 문다). 넘쳐나는 맛집의 기준들 중에서 나는 자본주의적인 기준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돈을 쓴 곳.
세상에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맛없는 집에는 허투루 돈을 쓰지 않을 거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데이터에서 맛집 찾기
그리고 이런 자본주의적 기준에 맞는 맛집을 찾는데 적합한 데이터를 발견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2021년 카드사 음식 급상승 데이터. 문의해보니 실제 음식점들의 카드매출액을 데이터화 한 것이라고 한다.
2021년 하반기의 매출 데이터(약 8만6천건)를 매출별, 지역별, 그리고 음식 종류별로 정렬했다. 그러자 '그럼 여기 맛집이지'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익숙한 이름들과 '여긴 어디지?'라는 낯선 곳도 꽤 보였다. 낯선 이름의 식당들을 찾아보니, 평이 꽤 괜찮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이번엔 여기 가볼까?'
지도 앱 즐겨찾기 목록에 추가. 동시에 (나만) 모르고 있던 숨겨진 보물(맛집)을 찾았다는 기쁨도 같이 추가.
맛있는 데이터, 제주
그리고 이런 데이터들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아래와 같은 '맛있는 데이터, 제주'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주말 이틀 동안 잠깐 짬을 내서 만든 거라 엄청 근사한 수준은 아니지만, 꽤 쓸만하다 (라는 평을 와이프에게 들었다).
주소: https://share.streamlit.io/mulkkyul/tastyjeju/main/demo.py (모바일 브런치 앱에서 사용가능)
혹은 주소#2: http://tastyjeju.herokuapp.com/ (모바일 브런치 앱에서 안 열림).
무료 서버를 사용하다 보니 조금 느린 점은 양해바란다.
음식 종류를 고르고, 지역을 고르면 Top 30부터 시작해서, 제주도민이 더 자주 찾는 Top 10, 외지인 (여행객)이 더 자주 찾는 Top 10, 그리고 제주도민과 외지인 골고루 많이 찾는 Top 10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현지인들이 많은 곳'만'이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만 알던 동네 맛집이 어느샌가 너무 유명해져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도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그러니, 제주도민, 외지인이 많이 찾은 곳 둘 다 잘 눈여겨보면 좋겠다.
제주여행을 준비하는데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물론, 여기 순위에는 없지만 제주 구석구석 숨어있는 또 다른 찐 맛집을 찾는 재미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현업에서 빅데이터 분석하시는 분들은 애교로 가볍게 봐주시길. 데이터 분석보단 streamlit + heroku라는 조합으로 서비스 프로토타이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며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다 (https://github.com/mulkkyul/tastyjeju)
데이터를 더 가다듬는 일을 포함해서 서비스를 개선할 여지는 아직 많다. 새로운 데이터도 공개될 거라고 하니, 수요가 있다면 천천히 개선해 보겠다.
작업하면서 궁금한 점이 꽤 있었는데, 제주관광공사 데이터 R&D팀에 문의해보니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셨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