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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Oct 17. 2022

공정분배

우리 가족의 첫 윤리 지침

우리 주방 정의의 여신

Lady Justice with the foods on the scales


공정분배


요즘도 가훈이라는 게 있는 시대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와 나 둘이서 시작한 이 작은 가족의 첫 번째 가훈은 바로 "공정분배"이다. 얼핏 사회주의 느낌도 나는 우리의 가훈은 특히 식사를 준비할 때 우리 가정을 든든히 이끌어 준다.


파스타를 준비한 저녁.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3-4인분은 될법한 양이다. 면을 돌돌 말아 집은 후 각자의 그릇에 나눠 담아 본다.


"이 쪽이 더 많은 것 같아"

"그래? 그러면 안 되지."


눈대중 정도로는 공정분배를 실현할 수 없다. 그녀가 서랍장에서 작은 저울을 꺼내 파스타가 가득 담긴 그릇을 올린다. 벌겋게 뜬 눈 4개가 저울의 눈금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원칙이 지켜질 때까지 가락 한 가락, 한 방울 한 방울. 면과 소스가 그릇 사이를 오고 간다.


"그런데 그릇의 무게가 다르면 어떡하지?"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파스타볼이지만,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그녀의 지적. 역시 그녀는 빈틈이 없다. 다음엔 그릇의 무게부터 먼저 재보기로 한다.


공정분배의 원칙을 주방에서부터 실천하는 그녀의 저울질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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