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녀의 서재 Aug 24. 2020

정규직의 커피

용역 업체 직원의 아침

썰렁한 사무실.

본사 직원들을 코로나의 수혜자(?)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그녀는? 그녀는 업체 직원이라 이렇게 사무실이 나와있다. 용역에게는 보안상의 이유로 원격 근무 계정을 주지 않으므로 땀범벅이 되어 이렇게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한다.


사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던 입 주변의 땀을 닦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 모닝 커피를 마시러 간다. 오히려 잘 됐다. 정규직 직원들 안보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은 마실 수 있으니깐. 정규직 사람들이 그녀에게 못되게 굴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묘한.... 공기의 차이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 왜 공기의 맛이 다른 것일까? 그들의 공기를 맛 본 적은 없어 잘 모르겠지만 그들과 있을 때 그녀가 마시는 공기의 맛은 왠지 씁쓸함이 있다. 사자성어로 이런 걸 '자격지심(心)' 이라고 하는건가?    


커피를 내릴 원두가 없다. 그릇은 뒤집어져 있다. 그녀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용영업체 김과장이 녹차 티백을 집어들고 말했다.

"잠깐. 동작그만. 본사 직원들 재택근무 하니깐 커피메이커 관리할 사람 없다고 커피는 마시지 말래요."

"네? 아니. 커피메이커는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정리 해 주시는데?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본사 직원들 입만 입인가? 업체 직원한테는 커피 한 잔도 아깝다는 거야? 이 회사 정규직원 아니면 그까짓 커피콩도 아깝다고 이러는 거래?"

김과장은 어깨를 으쓱하고 녹차를 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진짜 너무하네."


1층에 가서 4,500원짜리 커피를 사 들고 나왔다.  그녀가 즐겨 앉는 벤치에는 오늘 출근한 옆사무실 정규직 직원들끼리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정규직 직원들은 그녀에게 공짜 커피를 빼앗더니 벤치 마저도 빼앗았다. 

"젠장."


"나 월세 준 집 있자나. 이번에는 인터폰이 고장 났다고 톡을 보냈더라고. 아. 정말 귀찮아. 월세도 싸게 내 놓은 건데 관리할게 뭐이라 많나 몰라. 알아서 좀 하지. 참 돈벌기 어렵다. 어려워."

"그러게... 난 어제 쿠팡 파트너스 가입했다. 어떤 사람 보니깐 그걸로 한 달에 100만원 벌었데!"

"아! 나도 알아 그런데..."


'니들은 월세 받을 집도 있냐? 나는 월세 내야 할 집이 있다. 쿠팡 파트너?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정규직님들이 돈 벌기가 어려우면 어쩌라고. 니들은 어렵기만 하지. 나는 돈버는게 어려운데 더럽기 까지 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영수증을 박박 찢어버렸다.


그녀가 업체 직원인 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녀는 괜히 화가 났다. 

그녀의 오늘 아침 기분은 그냥... '쉣' 이다.


커피도 쓰고 들이마시는 공기의 맛은 더욱 쓰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바쁜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