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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Sep 15. 2023

압도되지 않는 육아_시작하며

내 이야기를 외쳐야겠다는 생각에 압도되었던 나날이 있었다. 알레르기라는 특징을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겪은 부당함과 억울함, 서운함들을 세상에 쏟아내고 싶었다. 어떤 날은 울분에 차서, 어떤 날에는 우울함에 잠식되어서, 또 어떤 날에는 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브런치에 하나하나 글을 써서 올렸다. 이 정도 분량이 모였으면 됐다, 이걸로 책을 내보자 싶었다.


하지만 선뜻 엮어지지가 않았다.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나 이렇게 특별한 육아를 하고 있어? 알레르기 아이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아니면 이 냉혹한 세상아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 배려 좀 해줘라? 과연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나라면 듣고 싶을까? 


그러는 사이 내 마음은 흙탕물이 가라앉듯 전보다 잠잠해졌다. 그리고 예전의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에 압도되어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압도되어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의식은 하되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압도되지 않는' 것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수많은 인생 선배님들의 눈에 40살도 채 되지 않은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고 미숙할지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또 답답함과 막막함에 사로잡힌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헤어나오게 된다"는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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