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일기
주말을 푹 쉬었는데도 몸이 나아지지 않는다. 코를 풀 때면 귓속에서 우두둑 소리가 들리고 코가 귀로 침범하는 느낌이 들면서 멍멍해졌다. 월요일 데이터 베이스 수업을 듣는데 집중이 하나도 안된다. (원래 집중이 됐겠냐만은 하하). 교수님은 지난주에 우리가 끝낸 교수평가지를 펼치시고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신다. 아무래도 본인 수업에 자신이 있으시니까 이런 것도 학생들과 함께 열어보겠지 싶다. 이번 주 수업을 마치면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는데 개학 후 3주간 베트남으로 비즈니스트립을 가신단다. 그동안은 코로나 기간에 녹화해 둔 수업을 올려주신다고 한다. 신난다. 쉬면 무조건 좋다. 지난번 휴강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의 수업이 올라올 거 같긴 하지만 일단 학교에 나가는 날이 줄었다는 것에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가슴 한편에 3주 동안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해서 수업이 재개되면 정말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나는 안다. 지난 초중고대 생활을 돌아볼 때 그동안 추석을 앞두고 접수했던 인강, 휴가지에서 다 읽고 오겠다는 책, 개학날 다짐하는 다음 방학에는 매일매일 써보겠다는 일기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끝마친 게 없다. 이 마음도 그것과 같을 것이다.
데이터베이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하우스아츠트를 찾아갔다. 곧 긴긴 연휴가 시작되는데 병원 가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아서 예약도 없이 3년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하우스아츠트에 무작정 찾아갔다. 마감 한 시간 전이었지만 다행히 접수가 되었다. 병원에 들어서니 아이가 자기의 병원에 온 줄 알고 크게 울어재낀 다. 소아과에선 다들 그러려니 했지만 여기는 성인 대상 병원이라 눈치가 보여 대기실문을 닫고 앉아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뒤 의사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의사는 대번에 임파선 부은 곳을 만져보더니 아프죠?라고 묻는다. 진짜 너무 아팠다. 그리고 목과 귀를 기계로 들여다보더니 중이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헙... 나는 중이염은 아이들만 걸리는 건 줄 알았다.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차 마시는 것이 처방의 전부인 독일에서 항생제 한 박스를 처방받았다. 그리고 눈에 다래끼도 말씀드렸더니 항생제 안약을 처방해 줬다. 눈 안약, 귀 항생제 모두 하루에 3번씩 쓰라고 한다. 속도 안 좋고 소화가 안된다고 했더니 일단은 귀를 고쳐보고 그다음에 상황을 봐보자고 한다. 몸이 단단히 고장이 났다. 그래도 귀한 항생제를 들고 집에 오는 길은 참 든든했다.
화요일 수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쏜살같이 집에 와서 세 시간을 푹 잤으나 왜일까 피로가 더 쌓이는 느낌이었다. 수요일은 아예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힘도 나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집에서 쉬었다. 아이와 집에 있으면 더 못 쉴 것 같았지만 외출 자체를 안 하니 더 쉰 느낌이 들었다. 월요일에 받은 항생제는 드라마틱하게 날 구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전이 보인다. 그리고 밤에 아이가 잠든 후에 자바 프로젝트 코딩을 시작했다. 다른 팀원 두 명이 화면을 개발해 줬고 나는 백엔드를 개발하는 것을 담당했다. 화면이 먼저 나와야 뒷단 개발이 가능해서 다른 팀원 두 명이 먼저 코딩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조차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든 상황이 내 몸을 아프게 하는 것 같다.
GitHub를 통해서 소스 코드를 내려받고 화면을 보는데 앞이 막막했다. 오늘은 우선 첫 화면에서 2 players, 3 players, 4 players를 선택하면 그것에 맞춰서 토끼가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가 보이게끔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코딩을 시작했다. 하아... JavaFX를 유튜브를 보며 독학했더니 화면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조차 개념이 없었다. 결국 챗 지피티를 유료 결제 하고 관련 유튜브도 보고 웹사이트도 참고해서 겨우 메인페이지에서 플레이어를 선택하고 스타트를 누르면 게임화면으로 넘어오는 것을 완성할 수 있었다. 뭔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던 지식들이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성장하는 건가... 새벽 3시 드디어 게임화면에서 토끼가 플레이어 수에 맞춰서 보이고 안 보이게 하는 것까지 해결했다. 오늘의 목표를 달성해서 침대에 눕는 마음이 한결 가볍기도 했고 앞으로 해야 할 과정들을 생각하면 너무 무겁기도 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벽에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낮에 잘 놀고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는데 왜 이럴까... 아이에게 해열제를 주고 거의 두 시간 남짓 눈을 붙였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남편이 휴가를 쓰기로 했다. 너무 몽롱했지만 유모차 없이 가볍게 학교로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데이터베이스 실습시간에 가서 열심히 쿼리를 돌렸다. 자바 수업시간에는 교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크리스마스 인사만 하고 갔다. 교수님? 이렇게 수업하시면 어째요? 학생들만 삼삼오오 조별로 모여서 프로젝트 개발에 한참 열을 올렸다. 다들 오류 메시지가 떠있는 화면을 붙잡고 열심히 코딩 중이다. 어렵다. 나랑 같이 하는 팀원들은 어제 늦게 자서 수업에 올 수 없다고 메시지가 왔다. 하하하 나랑 정말 성향이 다른 친구들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부럽다. 조교가 교실을 서성이다가 독일 학생 한 명과 나한테 와서 모든 진행이 잘 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너무 고맙다. 내가 팀 짜는데 힘들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조교님!! 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점수 잘 주세요!! 어제 첫 시작을 트고 났더니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오늘은 토끼를 클릭하면 새로운 토끼가 생성이 되고 카드를 클릭하면 셔플이 되고 랜덤카드 한 장이 나타나는 로직을 개발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나온 카드에 맞게 토끼가 점프를 하는 부분까지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점점 소스 코드가 길어지면서 혹시나 충돌이 나거나 안 되는 부분이 생길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아직까지는 순항이다. 다행이다.
저녁에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영어 수업의 교수님은 정말 꽁으로 돈을 버신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 이런 자리 찾는 것도 재능이겠지? 우리 보고 내일 수업 있는 사람? 나를 포함한 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너네 진짜 내일 갈 거야?" "혹시 크리스마스에 고향에 가야 해서 내일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 타는 사람 있어?" "일찍 끝내주려고"(찡긋) 언제까지 영어네이티브들은 이런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 하지만 이렇게 일찍 끝내주는 교수님 덕분에 나는 오늘도 집에 비교적 일찍 (밤 8시 반) 돌아올 수 있었다.
금요일은 크리스마스 휴가 전날이라 그런지 학교도 한산하고 자바 실습 그룹도 두 그룹을 한 그룹으로 묶어서 진행한다고 메일이 왔다. 또 자습시간이겠지. 같이 하는 팀원들은 오늘도 안 왔다. 하하 나 혼자였지만 보드게임 룰도 점검하고 어느 부분까지 개발되고 어느 부분을 개발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며 보냈다. 이제 드디어 크리스마스 방학이다!!! 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쉴 수 있어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