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생활
아이에게 감기가 옮았다. 아이는 다시 건강해져서 다행이었지만 내가 콧물이 나고 몸살 기운이 심상치가 않다. 월요일에는 지난주에 결석했던 수업을 듣는 날이다. 얼마나 진도가 나갔을까 긴장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아니 근데 실습 시간에는 왜 이렇게 진도가 많이 나간 것처럼 느껴졌지? 뭔가 보충 자료가 있었나? 미스터리다. 다시는 결석하는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화요일은 수업이 없어서 온전히 쉬는 날이다. 친한 분과 카페에서 만나서 수다를 떨고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감사하게 아이 픽업을 차로 해주신다고 해서 정말 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평소에 40분이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다녀와서 너무 감사했다.
수요일에는 계속되는 감기기운에 너무 지쳐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바로 집에 와서 잠을 청했다. 세 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나니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감기 기운도 감기기운이지만 이렇게 힘든 이유 중 하나를 더 꼽자면 이번 주 내내 아이가 잠든 후 밤늦은 시각 자바 fx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악명 높은 자바답게 모든 것을 설치해 놓고 실행버튼을 누르면 오류 투성이었다. 이클립스를 지웠다 다시 깔았는데 예전 설정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다시 모든 폴더를 뒤져 이클립스 관련 파일을 지우고 재설치만 두 번을 했다. 겨우겨우 기본 세팅만 따라서 설치를 완료했다. 휴 하지만 유튜브의 튜토리얼 동영상과 비교해 보니 아직도 파일 하나가 에러가 있다. 어떤 유튜브는 그냥 무시하라고 하고 어떤 유튜브는 애초에 에러가 없는 화면에서 시작을 한다. 원인을 모른 채 앞으로 나가자니 찜찜하고 해결책은 없어 보이고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새벽에 잠들기 일쑤인 날들이 지나가고 수요일엔 다래끼가 나기 시작했다. 눈이 안 떠진다. 이미 온찜질 같은 민간요법을 손쓸 타이밍을 놓친 거 같지만 독일에서 안과에 가긴 더 힘드니 일단 아무 조치 없이 일상생활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눈뜨기가 힘들지만 이렇게 좀 푹 자고 나니 생각이란 걸 할 여유가 생겼다. 오늘 아이 유치원에서 Winternachmittag(겨울오후)이라고 과자랑 케이크를 가져와서 먹고 이야기 나누는 학부모 다과회를 한다고 했는데 나는 불참의사를 밝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이게 단순 다과회가 아닐 텐데 괜히 우리 아이만 참석을 안 하는 것 같고 내가 좀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속상했다. 지금이라도 초코파이를 사가지고 갈까? 고민했지만 이렇게 세 시간 낮잠으로 올라온 체력만 가지고 학부모 모임에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짧은 고민 끝에 원래 계획대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다음에 이런 모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를 밝혀봐야겠다.
목요일에는 자바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내가 앉는 자리 옆으로 같이 조별 발표를 하기로 한 친구들이 쪼르륵 앉았다.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LaTex문서를 작성해 본 적이 없고 그들은 코딩에 부담이 있어서 내가 메인코더 역할을 맡고 두 친구가 문서와 UX 디자인을 맡기로 했다. 휴 나도 이렇게 보드게임을 코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아니 자바 파일을 두 개 이상 만들어서 연결해 본 적 조차 없는데 너무 막막했다. 부담감을 한 아름 안고 왔다. 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챗 지피티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봤다. 대충 윤곽을 그려준다. 그래 괜찮다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으면 어찌어찌 되겠지... 정말 눈물 난다. 자바수업이 끝나고 나니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고 토가 나왔다. 급체를 한 건지 몸살기운이 올라온 건지 도서관에 앉아서 다음 수업을 기다리기도 힘들었다. 버텨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저녁 영어 수업까지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수업에 어찌어찌 버틴다고 해도 수업 후에 버스와 에스반을 갈아타며 집에까지 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아이를 데리러 온 남편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두 시간 정도 누워 있었는데 더 나아지기는커녕 두통이 생겼다. 약을 먹고 다시 누워서 잤다. 새벽에 다시 일어나 보니 완전 회복은 아니지만 아까보다 몸이 한결 나아졌다. 쉬는 동안 아이를 잘 돌봐준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금요일 자바 실습시간에 참여했다. 오늘은 우리 조 두 명이 친구 중 한 명만 실습 시간에 왔다. 다른 한 명은 늦잠을 자서 못 왔다고 한다. 뭔가 귀엽다. 오늘 온 친구에게 도대체 너는 자바를 어떤 걸로 개발하냐고 물었다. 내 이클립스가 엉망이라고 하소연을 했더니 본인은 인텔리제이를 쓴다고 했다. 그게 뭐니? 자바 에프엑스 설치도 3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어머 나 좀 알려줘! 팀 프로젝트의 소스 공유를 위해 GitHub라는 것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클립스보다 인텔리제이가 낫다고 한다. 친절한 친구는 동영상도 찾아주고 프로그램 설치도 도와줬다. 실습시간 두 시간 동안 인텔리 제이 기본 설치를 끝내고 GitHub에 가입해서 학생 팩을 신청을 했다. 내가 그걸 신청하는 화면을 본 다른 친구가 와서 본인은 학생팩 승인 신청하고 2주 동안 승인이 안 나서 고생했다고 한다. 승인이 엄청 오래 걸리나보다. 아이고 큰일이다. 집에 와서 인텔리 제이에 자바 FX를 추가 설치했다. 3 분이면 된다는데... 왜 이럴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설치 동영상의 유튜브 댓글에는 고맙다는 이야기 투성이다. 그럼 다들 이 동영상대로 설치가 되었다는 건데 왜 나는 안될까. 그러다가 대댓글이 많이 달른 댓글이 있었다. 2023년 버전부터는 어떤 어떤 것을 더 해야 한다는 글이었다!! 와!!! 생명의 은인!! 정말 그렇게 하니 모든 것이 잘되었다. 나도 thanks!!라는 대댓글을 달았다. 휴 다행이다. 한숨 돌린 뒤 기본 화면을 출력하는 동영상을 따라 코딩을 해봤다. 실행버튼을 클릭하니 빨간색의 에러메시지가 뜬다. 내 컴퓨터의 자바 버전이 너무 낮다고 한다. 뭐어? 이제야 그 메시지가 나온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다시 깔아야 제대로 작동하는 걸까. 눈물을 머금고 다시 자바를 업데이트하고 실행버튼을 눌러보니 이제 된다. 드디어 끝났다. 이 기본 세팅을 위해 오늘도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이번주말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컨디션 회복을 위해 푹 쉬어야겠다. 프로젝트 시작도 전에 너무 지친다. 컴퓨터도 업데이트된 만큼 나도 뭔가 배운 게 있겠지? 학기 말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