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적응 안되는 결석과 조퇴

7주차

by 라즈베리

주말이 되자 한 주간의 긴장이 풀려서 그랬을까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아이는 40도 가까운 열이 올라왔고 나는 그 주말 내내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팔과 어깨가 너무 무겁고 피로가 점점 쌓여갔다. 아이의 컨디션이 전부 회복되지 않아 어린이집에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월요일에 데이터 베이스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야 하지만 출석의 의무가 없는 수업이라 고민 끝에 첫 결석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휴가를 쓰고 아이를 볼 수도 있지만 그건 목요일처럼 출석의 의무가 있는 수업이라던가 시험기간이라던가 조금 더 중요한 날 쓰기 위해 아껴두고 싶었다. 결석하기로하니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3시간 동안 얼마의 진도를 빼셨을까?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진도라도 물어볼 텐데 자발적 아싸는 목요일 데이터베이스 실습 때까지 조금 마음고생을 해보기로 한다.


아이는 컨디션을 회복했고 목요일 가장 힘든 하루의 시작에 좋은 컨디션으로 어린이집에 갈 수 있었다. 데이터베이스 실습에 갔는데 역시나 한번 결석은 정말 치명타였다. 빠졌던 부분을 따라가느라 너무 힘들었다. 촘촘하게 적힌 작은 글씨인 부분에서 실습문제가 나오면 그걸 찾느라 진땀 흘리고 혹시나 지목되어 대답해야 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진도 어디까지 나갔는지 눈치 보느라 한 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다. 이번주 처음으로 학교밥을 먹었다. 별거 아닌 스파게티였지만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그리고 2시간 쉬는 시간 후 이어지는 자바 수업! 강의실에 들어가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팀멤버들을 찾아보았지만 안 보인다, 아직 안 왔나 보다. 오늘은 교수님께서 제시한 20개의 보드게임 중에 어떤 걸 개발할지 정해야 하는 날이다. 이미 쉬운 것들이 나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지난주에 결정된 팀들이 낚아채갔다. 남은 것 중에 해야 하는데 그중에 쉬운 것을 찾으려고 보드게임 사용연령이 가장 낮은 것을 눈에 불을 키고 찾았다. 하하하 늦게 도착한 팀멤버들도 나의 잔머리에 동의했다. 여태까지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을 봤을 때 화려한 보드게임을 개발하나 간단한 보드게임을 개발하나 점수로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가 고심 끝에 고른 게임은 4살부터 99살까지 가능한 로티 카로티라는 보드게임이다. 4가지 색의 토끼가 4마리씩 있고 한 사람당 한 가지 색의 토끼를 선택할 수 있다. 2명부터 4명까지 게임이 가능하며 카드를 뒤집어서 나오는 숫자만큼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1칸 2칸 3칸씩 이동가능하 토끼가 가장 빨리 언덕 위의 당근까지 도착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가장 간단한 보드게임을 고르긴 했으나 자바로 이렇게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가 되었다. 일단 아직 보드게임을 정하지 못한 팀이 있어서 다음 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챗 지피티에게 자바로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을 물어봤다. 뭐라 뭐라 대답이 나온다. 대답을 읽을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일단 대답이 나온다는 데에 안심을 하고 컴퓨터를 닫았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아... 겨울 날씨도 암울한데 엄두도 안나는 프로젝트를 하려니 마음이 하염없이 무겁다.

오늘도 영어수업은 스무스하게 지나갔다. 선생님과 말 많은 아이들의 수다로 한 시간을 꽉 채우고 예정보다 일찍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다른 반은 프린트물도 많고 시험대비도 해주는 거 같은데 우리 반은 시험점수는 꽝일 거 같지만 지금 이렇게 일찍 끝내주는 선생님이 제일 좋다.


금요일 실습시간! 아직 개발할 것들이 정해지지 않아 사실 의미가 없는 실습시간이다. 실습시간 이후로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실습시간 중간에 나오기를 감행하기로 하고 약속을 당겼다. 나는 왜 이런 것들에 이렇게 대범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출석체크도 없고 조교도 구석에 앉아서 본인의 할 일을 한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수다를 떨거나 조용히 앉아서 게임을 하는 등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끝나기 30분 전 교실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당당한 뒷모습 같지만 화장실 가는 거처럼 가방을 최대한 안 보이게 들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같이 실습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제 오고 나는 이제 간다.

"안녕! 오늘 수업 아무것도 안 해서 집에 가려고! 지금 오는 거야~?"

"웅~ 우리 오늘 늦게 일어나서 이제 왔어. 조교가 아무 말도 안 했어~?"

"어 공지사항은 없는데 출석부 있더라~ 사인하고 나가도 아무 말 안 해"

"오 출석부 있구나 고마워!! 담주에 봐~"

학교를 떠나 친구와 이른 점심을 함께했다. 휴 한주가 이렇게 끝났다. 7주가 무사히 끝난 것이 감사하다!! 모든 걱정거리는 내일로 미뤄두고 주말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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