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늦깎이 유학생
학기 초부터 나를 슬프게 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바 시험이 모두 팀별 프로젝트로 대체된다는 것이었다. 이게 왜 이렇게 슬프고 스트레스받을 일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언어도 안되고 공부의 공백도 큰데 팀멤버를 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이다. 게다가 우리 반 수업은 교환학생 80% 이곳 현지 학생 20%로 구성되어 있어서 팀을 짜기가 더 힘들다. 교환학생은 그들끼리 이미 팀이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독일 학생들도 다 그룹이 정해져 있어 나 같은 자발적 아싸는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한 채 덩그러니 남겨져 있기 일쑤다. 일단 이번주에 Part1의 팀멤버는 조교가 정해주었다. 나는 교환학생과 한 팀이 되었다. 두 번의 줌 세션을 통해서 서로 과제를 정리하고 내가 ppt를 만들고 다른 멤버가 발표를 하기로 했다. 나와 같은 팀이 된 멤버는 조용하고 수업에 참여를 안 하는 학생이었는데 이번 과제를 함께 준비하다 보니 정말 똑똑한 친구였다. 그 친구가 제시한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ppt 20장이 완성이 되어 있었다. 발표가 금요일이었지만 우리는 수요일에 이미 모든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만큼 준비를 끝냈다.
목요일은 자바 수업이 있는 날이다. 수업시간에는 진도를 나가고 실습시간에 ppt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 수업시간에는 part2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part2는 교수님이 제시한 보드게임 20개 중 한 개를 최대 3명까지 팀멤버를 구성해서 자바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아... 자바로 게임을 만든다고? 눈앞이 캄캄하다. 여기저기 팀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다들 이미 같이할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랑 같이 part1을 했던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그 친구도 이미 같이하는 그룹이 결정되었단다. 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들은 나와 같은 실습그룹이 아니라 같은 팀을 할 수가 없었다. 웃고는 있었지만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슬펐다. 어떤 착한 학생은 나에게 팀을 못 구하면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본인은 나와 실습 그룹이 다르지만 자기 친구들 중에 혹시 나랑 실습그룹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물어봐주겠다고 했다. 흑흑 왜 나는 실습그룹을 금요일로 선택했을까... 왜 나는 이번학기에 자바를 듣는다고 했을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수업시간에 팀 구하기는 실패했고 나는 터덜터덜 강의실을 나왔다. 어둑어둑해진 길을 걸으며 문득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 나야 지금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고 자발적 아싸인 것이 이 팀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중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하루하루가 고통일까.. 그 친구들 마음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지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나님 왕따 당하는 모든 아이들이 마음을 위로해 주세요. 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시고 세상에 왕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금요일 part1 발표가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습그룹 내에서 발표를 진행해서 우리 반에 누가 있는지 전부다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조는 나와 같이하는 친구가 발표를 담당하기로 해서 나는 오로지 발표 나온 조 중에 내가 프로젝트 같이하자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를 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참을 발표를 보고 있는데 내 짝꿍이 우리 조 발표를 앞두고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갔다 왔다. 얼굴이 흠뻑 젖어있다. 발표가 너무 긴장돼서 세수를 하고 왔나 보다. 하하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긴장하지 마. 저기 조교 보이지? 발표하는 사람 아무도 안 쳐다보고 다른 거 하고 있어. 심지어 발표 끝났는지도 모르는 거 같아."
"맞네! 그래도 긴장이 된다." 우리 조 발표가 시작됐다. 준비를 엄청 열심히 해왔나 보다. 막힘없이 술술 발표를 하는데 청자가 하나도 없다. 각자 다들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점수를 매겨야 하는 조교조차 다른 것에 집중하느라 보지도 않는다. 발표가 끝나고 여전히 남아있는 긴장감으로 얼굴이 빨개진 친구에게 잘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한참 마음을 진정시키던 조별과제 짝꿍이 말을 건다. "근데 너 다음과제 같이할 친구 구했어?"
"아니. 지금 발표하는 사람들 보고 같이할 수 있는 사람들 발견하면 이따가 물어보려고" "잘될 거야!"
"고마워"
자바 Par1이 잘 끝났다는 후련한 마음보다 Part2의 팀원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감이 더 컸다. 발표를 하러 나온 팀 중에 유일한 여자 그룹이 있었다. 두 명이서 완전 베스트 프렌드처럼 보이는데 우리 실습그룹에 유일한 여자 조였다. 저 두 명과 나 하나 해서 셋이서 과제 진행하면 너무 좋을 거 같은데... 실습시간이 끝나고 그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 나는 같은 실습그룹에 있는 xx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혹시 파트 2 팀원 구했어? 만약에 너희 둘이서 하는 거면 나도 같이 할 수 있을까?"
"안녕 우리 둘이서 하고 있기는 해"
"아 그렇구나. 나는 아직 팀을 못 찾아서 혹시 너희 둘 다 괜찮다면 나도 같이 할 수 있을까 해서 물어봤어. 절대 부담 주려는 거는 아니고~~ 편하게 대답해 줘."
그 친구들 둘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나는 사실 이번에도 안 되겠구나 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마지막 인사 멘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같이하자!"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나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거든. 정말 고마워 나 최선을 다해서 프로젝트 참여할게!!"
세상에.. 기적적으로 마지막 순간에 팀을 구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이번학기 시작하고 가장 마음이 편한 금요일이었다. 학생식당에서 먹는 점심이 너무 맛있게 느껴졌고 행복했다. 휴 얼른 2월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