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독일 유학생
이번주만 잘 버티면 이번 학기의 1/4이 지나간다. 이렇게 3번만 더 하면 되는 것이다. 아자아자!! 힘내자!! 오늘도 달력을 보며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낸다. 매일매일이 전쟁처럼 느껴지지만 이제는 언제 쉬고 언제 힘을 내야 하는 지를 조금 알 것 같다.
나의 주말은 화요일에 시작된다. 화요일 오후 5시는 자바 프로그래밍 과제 제출날이다. 나는 과감히 월요일 저녁에 모든 숙제를 하고 공강인 화요일은 철저하게 쉬는 날로 가지기로 했다. 새로운 과제가 시작되기 전 가장 고요한 상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화요일에는 학교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친구들을 만난다거나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웠더니 확실히 그다음 사이클을 맞이하는 자세가 다르다.
이번주 화요일엔 좋아하는 분을 만나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두 시간 정도 맛있게 먹으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의 감기가 너무 심하니 집에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전화였다. 아 유일한 나의 쉬는 날이었는데 이렇게 짧게 끝나다니 아쉽고 속상했지만 짧은 두 시간의 수다가 이번주를 보내는데 큰 에너지가 되었다.
수업 이야기를 해보자면 월요일에 있는 데이터 베이스 수업은 진도가 엄청 빠르다. 아직 4주밖에 안 됐지만 진도는 벌써 7장을 나가고 있다. 매일매일 공부할 것이 쌓여 있다. 강의 중간중간 여태까지 배운 것들에 대한 퀴즈 시간을 갖고 있는데 오늘은 전체 퀴즈의 50%밖에 못 맞았다. 복습이 시급하다. 아니 철저한 복습이 시급하다. 늘 복습은 하지만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은 글씨 하나하나 다 되새겨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쉬운 과목 같았으나 가장 까다로운 과목이 되었다.
수요일에 날 잡고 데이터 베이스 복습을 했다. 교수님께서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를 소개해주시며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네이버에 수업 내용과 같은 내용을 요약해 둔 한국어 사이트가 엄청 많이 보였다. 그동안 이해 안 됐던 부분들의 궁금증도 해결하고 이번주에 나온 숙제도 했다. 밤에 좀 늦게 자긴 했지만 그래도 든든하다.
목요일은 아침 8시 반에 학교에 가서 밤 9시에 돌아오는 가장 긴 날이다. 이번학기 가장 부담되는 날이지만 지난주에 나도 아이도 남편도 잘 해냈기에 이번주는 그나마 스트레스와 긴장도가 덜하다. 오전에 있던 데이터베이스 실습 시간에 옆자리 학생이 말을 걸었다. "이 프린트 어디서 했어?" "집에서 했어~ 근데 여기 길 건너 인쇄샵에서도 할 수 있고 학교에서도 가능할 거야." "아 그렇구나 나도 프린트하고 싶어서 고마워~"
말 걸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 이번학기 후반부에 진행될 자바 팀 프로젝트 때문에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팀을 짜서 보드게임을 자바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인데 내가 듣는 자바 수업은 정말 엉망이다. 모든 걸 학생 스스로 하길 원하는데 조교도 교수님도 정확한 지침이 없으니 우왕좌왕하다가 끝이 난다. 혹시나 같은 조를 할 수 있을까 싶어 말 걸어준 친구에게 자바 수업 듣냐고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나랑 다른 시간의 실습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한 명 한 명 다가간다면 조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밤에 있는 영어 수업은 토론으로 진행되는데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철학을 같이 공부하면 도움이 될까?라는 내용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미리 준비된 글을 읽으며 컴퓨터와 철학을 같이 배우면 시너지가 있겠다 싶었는데 교수님께서 1+1은 0이 된다는 주장에 뒷밤침 되는 예를 들어보라는 질문을 교실에 던지는 순간 철학은 무슨!! 당장 내 앞에 도움 되는 코딩 실력을 키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하하 내 앞가림이 바쁜데 철학을 공부하며 문제를 여러 방면에서 보며 고심할 여유가 어디 있을까? 이번 토론 수업은 매우 재미있었다.
금요일 자바 실습 시간이다. 지난주에 발표를 놓쳤기에 이번주는 꼭 발표를 하자고 아침에 집을 나서며 다짐했다. 하아 이 엑스트라 점수 때문에 학생들이 조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교탁에 본인의 노트북을 세팅하는 것을 보며 너무 스트레스받았지만 긴 줄을 기다린 끝에 발표를 할 수 있었다. 이번주 금요일이 자바 시험 신청의 마지막 날이었다. 독일은 내가 과목을 수강한다고 해서 저절로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시험신청을 하고 그 사람이 수업을 들었던 안 들었든 간에 시험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하더라도 시험신청을 하지 않으면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까지 취소를 할까 말까 엄청난 고민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휩쓸려가며 끝까지 가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힘들다면 다음학기에 힘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자. 자바 실습시간은 한 시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긴장감과 경쟁 속에서 살아나기 위한 발버둥 때문인지 끝나고 나면 너무 피곤하다. 집에 가서 금요일의 여유를 즐기며 한잠 자고 싶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주 자바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도서관에서 자바 숙제를 하다가 15시에 아이를 픽업했다. 달력으로는 한주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한 주... 주말에도 자바 숙제를 새벽 3시까지 했다. 하아.... 열정적이다. 오랜만에 집중했더니 뿌듯하긴 한데 과제가 너무 어려워서 몇 문제 밖에 손을 못 댔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일단 최선을 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