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ne Rolling, Sasangasana, Sirsasana.
머리가 달궈진 쇳덩어리처럼 후끈 달아올라 묵직한 날이 있다.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면, 푸딩 같은 뇌는 딱딱한 두개골에 여기저기 불안하게 부딪힌다. 귓가에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베개를 베고 누우면 그 심장소리가 베갯잇에 닿아 서걱서걱한다. 진짜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 귓바퀴가 빳빳해진다. 왼쪽 사각턱 근육이 욱신거린다. 왼쪽 뒷목이 저릿저릿하다. 왼쪽 어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세하게 으쓱 올라가 있다. 왼쪽 눈이 건조하고 찌뿌둥하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이 짧고 얕다. 불편한 친구가 왔다.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몇 년 전 대학원 생활을 할 때 가장 극성스러웠다.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공간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안불편하게 해야 하는 것이 그야말로 불편했다.
이제야 깨닫는 진실에 가까운 이유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를 하느라고 불편했다.‘ 이지만.
내 몸, 마음, 영혼의 에너지를 갈아 넣은 그 시절의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요가를 했다. 그리고 아주 달게 곤히 잠들었다. 나의 구원, 요가.
먼저, 요가 매트를 히아신스를 몇 방울 떨어뜨린 소독용 에탄올로 정성스럽게 닦는다. 쨍한 형광등은 끄고 창문은 닫고 블라인드는 내린다. 무드등을 켠다.
다음으로, 몸이 말랑말랑 해질 때까지 척추 롤링(Spine Rolling)을 한다. 두 무릎을 껴 앉고 앞뒤로 구르기 시작하는데, 엉덩이 천골부터 머리 후두부까지 이어져있는 척추 전체적으로 풀어준다. 척추뼈 하나하나를 느끼며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횟수와 속도만큼만 한다. 등을 풀면 온몸이 전체적으로 한 고삐 풀린다. 살짝 덥다.
이어서, 토끼머리 자세(Sasangasana). 무릎을 꿇고 앉은 후, 이마가 매트 바닥에 닿도록 몸을 동그랗게 구부린다.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정수리에 자극을 준다. 직선으로, 사선으로 다양하게 움직여 기분 좋게 아픈 곳을 찾는다. 머리와 뒷목, 어깨, 등이 시원해진다.
마지막, 머리 서기 자세(Salamba Sirsasana)로 마무리. Salamba는 '지탱하다', Sirsa는 '머리'라는 뜻이다. 두 발이 아니라 머리로 서는 것이다.
처음에는 제법 흔들리지만 몸과 마음이 균형을 잡으면이내 고요해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땅에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가 된다. 오로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만 집중한다. 어깨와 팔에 힘을 주기보다는 아랫배와 엉덩이로 내부의 중심을 찾는다.
발끝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하늘로 계속 뻗어낸다. 위로 뻗어내는 만큼 아래로도 뿌리내린다. 몸 전체가 긴장하며 겨우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살랑살랑 몸의 중심을 찾아 고요히 머무른다.
2008 수능시험을 치르고 친구와 별생각 없이 등록한 요가원.
십 년 넘게 나의 구원자, 위로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요가를 알게 된 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내 인생 최고의 이벤트다.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어느 정신과 전문의가 대답했다. '멘털 관리는 피지컬로 하는 겁니다.' 몸과 마음은 서로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니 신기할뿐더러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마음이 지치거나 생각이 넘칠 때 나는 그 자리에서 흐물흐물 엎질러진 물같이 주저앉지 않는다.
요가와 함께라면 나는 어떤 슬픔도, 우울함도, 분노도, 불안도, 두려움도 어느정도는 다스릴 수 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