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지만 선생님은 모집해요
아직 주택이 완성되지 않아 각기 떨어져 지내고 있었던 우리였기에 어린이집 설립 준비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달력을 넘길때면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아닌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데 낭떠러지 앞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죄인이 된것마냥 바들바들 떨었다
“4개월 밖에 남지 않았어”
매달 해야할 일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일정이 계속 뒤죽박죽이다
교사회를 구성하기엔 아이들의 인원 확정이 되지 않았고 아이들을 모집하기엔 교사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려 어린이집은 공사중.....
한 개라도 시작하고 결론을 내야 다른 한 개가 풀릴 것 만 같은데 처음 스타트를 찍을 그 한 개를 무엇으로 할지 과연 할수나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이어져왔다
“선생님 모집 공고 내자”
어린이집도 그 어린이집에 다닐 아이들도 정확하지 않았던 우리는 너무 뿌연 지금의 안개를 걷어내고자 선생님 모집 공고부터 내기로 했다
더 나의 속내를 이야기하자면 선생님이라도 오셔서 아무것도 모르는 (너무 몰라 머릿속이 새하얀) 우리를 구제해 주기를 바랬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샛병아리 같은 우리를 인도해 줄 암탉같은 원장님을 모시기로 마음을 먹었고 안타깝게도 공동육아 경험도 많으시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푸근한 어깨를 소유하신 원장님이 우리의 레이다망에 들어오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의 별칭은 눈사람 이였다
더운 여름 녹아내려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연약함은 보이지 않았다
강단이 있었고 현명했으며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린이집의 세상을 매우 잘 알고 계셨다
그렇게 우리는 눈사람이라는 큰 어깨에 기대어 어린이집에서 함께 웃으며 지낼 아이들을 모집하기로 했다
눈사람은 그때 댕굴댕굴 굴러 빠져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도 그때의 눈사람의 선택, 용기에 감사하며 치얼스! 지화자! 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