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들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하나의 나로 사는 법
0. 서론
1. '목표 정렬'에 실패한 김철수씨 이야기
(a) 목표와 태스크
(b) 목표의 목표, 그리고 태스크
(c) 목표의 목표, 그리고 그 목표의 태스크...?
2. '목표 정렬'의 의의
목표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표면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이 만들어낼 성과와 결과, 그 목적과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먼 목적을 상상하다보면 가까운 일들을 놓치기 일쑤고, 너무 가까운 목적을 챙기다보면 먼 목적을 잃어버린다. 목적 하나에만 집중하면 다른 목적들이 무너져버린다.
바로 이게 문제다. 아주 커다란 문제다.
취업준비 기간에 포트폴리오를 쌓을 겸 외주 작업을 겸하면서, 아는 개발자 동료와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면서, 피부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하고, 많은 일들을 해치우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다. 바쁘게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멀티태스킹은 쉽지 않다.
특히 나는 하나하나에 더 깊게 몰입하는 사람이라 더 그렇다. 글을 쓰고 있으면 디자이너로써의 내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프리랜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취업준비를 하는 내가 무너지는 것 같다. 취업하고 싶다면서, 고작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에 열심을 다해 매달리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 또 마음 한 켠에 언젠가는 유학을 가보고 싶다는 뜬금없는 불씨도 느껴진다. 이런 정신없는 task들이 얼기설기 꼬이기 시작하면, 각 task의 목적들도 같이 뒤엉킨다. 각기 다른 목적들이 서로의 task에 개입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 많은 목표와 잇따르는 task들을 깔끔하게 정돈해 줄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목표 정렬'이라는 방법론을 생각해봤다. 모든 task의 목표를 한 점으로 모아버리는 것이다.
'김철수'씨의 에피소드를 통해 '목표 정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김철수 씨는 현재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플래너 앱을 만들고 있다. '한 손으로 조작가능한 플래너 앱을 만든다'는 task를 수행하면서, '인터랙션에 집중한 APP을 만든다'라는 목표까지 잊지 않고 있다. 이상적인 상황이다.
인터랙션에 집중한 앱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므로, 철수 씨는 플래너 앱을 만들 때 감각적인 인터랙션 구현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또 앱을 만들면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브랜드, 마케팅, 기획 등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인터랙션에 대한 어필이 핵심적으로 고려될 것이고, '인터랙션을 강조한, 한 손으로 조작가능한 플래너 앱'이라는 프로젝트의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그야말로 완벽하다!
그런데 아차차, 생각해 보니 '인터랙션에 집중한 앱을 만든다'라는 목표 또한 어떤 상위의 목표로부터 왔었다. 사실 철수 씨는 이 프로젝트를 그냥 심심해서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기획, 디자인, 경영, 마케팅이 전부 포함된 굵직한 프로젝트들만 있는 무거운 철수 씨의 포트폴리오에,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는 단순한 프로젝트를 넣어 분위기를 환기시켜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이 상위의 목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더라도, 인터랙션에 집중한 한 손 조작 플래너가 잘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태스크와 목표가 잘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위의 목표를 잊은 채 이전처럼 설계부터 비즈니스까지 모든 영역을 전부 담아야만 설득이 되는 무거운 프로젝트가 되었다면 '포트폴리오에 작은 규모의 압축적인 프로젝트를 넣는다'라는 철수 씨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 작업이 많이 진행된 뒤에 상위 목표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다면,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이 순식간에 방향성을 잃어 하위 목표도, task도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목표 정렬에 실패한 것.
다행히도 철수 씨는 이 사실을 빨리 깨달았다. 그리하야 세 개 다 완벽하게 정렬에 성공했다. 한손 조작 가능한 플래너도 완성도 있게 잘 나왔고, 인터랙션도 훌륭하다. 규모도 적당하게 구현되어 5~6페이지로 간단하게 포트폴리오 상에서 설명이 가능했다. 훌륭한 프로젝트를 마쳤으니 포트폴리오도 나아졌고, 철수 씨는 목표 정렬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런데 웬걸, 김철수 씨는 비통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A 기업의 취업 공고가 마감되었다는 사실이다. (엥?)
사실 포트폴리오에 작은 규모의 압축적인 프로젝트를 넣는다는 목표는, 그 포트폴리오를 활용하여 A 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철수 씨의 굳은 다짐 아래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가장 상위에 있는 목표를 통째로 까먹고 있었으니, 아래 있는 목표들은 허깨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다음 번 공고에 유용하게 사용되겠지만, 여하튼 아래 목표들에 집중하느라 가장 중요한 최상위의 목표를 삥 둘러가게 생겼다.
목표정렬은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말 그대로 목표들을 일렬로 정렬하는 것이다. 만약 김철수씨가 가장 상위의 대목표인 'a기업 입사'를 잊지 않았다면 하위 목표들과 task를 대하는 태도도 달랐을 것이다.
Task를 수행하기 전 task로부터 하나씩, '이 일을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그 목표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의 목표의 목표는?' 하고 물음을 던지며 그 끝을 찾아야한다. 목표는 한 개가 아니다. 끊임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것. 그렇게 되면 task를 수행해서 나오는 결과값이 이 내 삶의 더 깊은 목표까지 직선으로 꽂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목표의 연결을 부분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라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바로 맞닿아있는 목표에 충실했다고 그 상위의 목표에도 무조건 부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든 연결된 목표와 task를 동시적으로 고려해야 목표가 정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연결이 끊어지면 목표 정렬의 임팩트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task를 수행할 때에는 소목표만이 아니라 대목표부터 중목표까지 챙겨야한다. 더 상위의 대대목표가 있을 수도 있고 특대목표가 있을 수도 있다. 가끔은 하나의 대목표에서 두 개의 중목표가 나오기도 하고, 하나의 소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여러 가지의 task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하나로 모여야만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글 서두에도 보였던, 한 쪽으로 뾰족해지는 마인드맵 형태의 뭉치가 나온다. 곁가지 쳤던 수많은 일들이 내 인생 하나의 목표로 귀결되는 순간이다. 기존에 조각조각 나뉘었던 내 리소스와 목적들이 하나의 '나'로 합쳐진다. task 끝 단을 마주한 채 상위 목표를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야하는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나'라는 중심에서부터 task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시각화에는 miro를 사용했다. 사실 만들고 나면 별 것 없다. 익히 알고 있는 트리 구조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역시 한 눈에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목표 태스크도 금방 흐지부지 조각으로 흩어질 것이다.
프레임(frame)은 중요하다.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변화하고 흔들리지만, 프레임에 맞춰서 나를 정돈하다보면 내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식을 공식화해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나를 표현하는 포켓몬 도감 같은 것이다.
만약 너무 많은 일들을 소화하는 데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거나, 그 가운데 '나'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져가고 있다면 잠시 업무들을 정리할 겸 목표 정렬 프레임을 사용해보자. 지루하고 수동적이었던 업무 환경도 개선되고,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힘도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