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궁금하지 않아요. 하다못해 ㅁ의 딸조차도 본적도 없지만 알고 싶지 않아요. 근데 ㅁ의 딸에 대해서. ..그 딸의 친구 부모직업까지 알아요"
ㅁ의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되었구나 생각했다.
ㅁ은 같은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 불안한 듯 늘 아무 말이나 한다.
아무 말이라 하는 것은 완전히 내 입장에서 일컫는 말이다. ㅁ은 주로 자신의 주변인물의 대단함, 자신이 하는 운동 친구들을 향한 가벼운 험담(우리는 그녀의 운동친구가 일면식도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기 자식들에 대한 자랑...(그녀의 자식도 사진으로만 봤다)
근무 중에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들이라 나는 아무 말 대잔치라고 스스로 칭한다.
어느 날 ㅁ이 내게 말하길 사장님과 세 번이나 눈이 마주쳤다고 한다. 회사 사무실 구조는 사장님 사무실에서 총무과로 가자면 ㅁ이 일 하는 곳의 통로를 지나가야 된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장님은 늘 무언가를 생각하듯 땅을 보고 천천히 걷는 편이다.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에 인사하기도 미안할 정도이다. 생각에 잠긴 모습에 조용히 걷는 편이라 지나가는 것을 못 볼 때도 많다.
일하다 보면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 같아 고개를 들면
뒷모습을 보는 것만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분과 세 번이나 눈이 마.주.치.다.니?
잠시 그 생각을 하는 동안 ㅁ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ㅁ이 맞은편에 있는 사람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사장님이 지나가길래 고개를 돌리니 눈이 마주치는 상황이 하루 중 3번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나? 이러면서 웃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장님께선 지나갈 때마다 ㅁ이 말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휙 쳐다본 듯하다.
다시 ㅇ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자신은 전혀 ㅁ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같이 일을 하면서 일에 관계된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인 일상은 궁금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두 번은 들어줄 수 있는데 매일같이 ㅁ의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한다. 대답에 영혼이 없으면
사진으로라도 보여준다며... 같이 일하기가 너무 고단하다고 한다.
그냥 아무 말 대잔치라고 생각하라고 했지만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딱히 할 말도 없다.
반년 가까이 같이 일하면서 나 역시도 ㅇ처럼 고단했으니까... 부서 이동으로 마음이 편해진 요즘이다.
사람의 성향은 다 다르지만 50이 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ㅁ같은 사람을 한두 명은 겪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