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 Dec 29. 2022

나의 작고 소중한 난민 친구들 3

올해 마지막 봉사 

멜입니다.


오늘은 이라크에서 온 친구 하나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아이 모두 할 것 없이 필드트립을 간다고 하여 쉬는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쉬지 않아야 하기에 전화로 대체하기로 약속했어요. 벼르던 숫자를 오늘은 끝을 내야합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1부터 20까지 영어로 쓰지 못한다는 것은 외국인으로서 조금은 무안할 수 있잖아요. 자꾸 four를 fore라고 쓰는 아이 때문에 실랑이를 조금 했지만 스펠링이 제자리를 찾으니 저의 속도 편해집니다.


오늘은 아이의 모델선발 테스트가 있는 날입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에이전시에 면접 비스무리한 것을 보러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짧게 화이팅 메세지를 보내봅니다. 지금도 꽤 큰 모델 에이전시에 속해있다고 하지만 그만큼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불만이었다네요. 국제적인 에이전시에 들어가면 더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여 지원했다고 하니 역시 흐뭇합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영어는 필수적으로 더 공부를 해야겠죠. 


근무시간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길래


'아, 그래도 잘 봤나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랑하려고 저에게 전화를 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웠어요. 퇴근 후 길거리를 걸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봅니다. 아이와 전화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마치 전화영어 선생님이 된 느낌입니다. 아이의 앳되고 상기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뚫고 나옵니다. 


에이전시에서 아이의 외모와 컨셉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키가 작은게 조금 아쉬웠다고 했나봅니다. 이제 고1이니 얼마든지 자랄 수 있다고 말을 해주며 들뜬 아이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줍니다. 모델 준비생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 정말 어렸을 때 부터 준비를 한다는 것들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아이의 자존감이 낮으면 어쩌나, 사회에 데여 이미 소심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습니다. 심심하기 그지없던 저의 15살보다 훨씬 멋지고 야무진 삶을 살고 있었어요. 


밖에는 크리스마스가 절정입니다. 아이가 있다는 홍대에도 그런지, 크리스마스에는 무슨 계획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었으나 너무 다른 종교를 가진 그에게 차마 다른 종교의 축하일을 물어볼 수는 없었어요. 서로의 자리에서 같이 또 다르게 연말을 잘 보내고 내년을 맞이합니다. 


내년에도 잘 지내보자! 


치얼쓰 

작가의 이전글 나의 작고 소중한 난민 친구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