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늦은 오후, 하늘은 6층에 걸쳐져 6층보다 낮은 곳으로 눈을 뿌린다 한참을 떠나온 시늉 하며 가로등이 잠깐 품기도 무섭게 땅을 지우고 눕는다 오던 차는 갈 길을 무던히 간다 가는 길을 잊고 돌아오기는 글렀다고 빨간 불들이 빨간 길을 만들며 달려간다 그러나 목도리 속으로 파고드는 눈송이는 얼마나 부드러우냐 살가운 바늘 한침 나를 통째 흔들어 까만 피송이를 피운다 제대로 체한 머리가 시원해지나 싶게 어제에서 떠나온 6층은 까마득한 일만 같다
한발 디딘 구두 위로 눈끼리 반짝반짝 부둥켜안으며 잠을 청한다 우두커니 그 살림살이를 지켜보다가, 나는 그리운 사람이고 싶다 그립다가 그립다가 아주 안 그립다면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