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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by 이용수

화장실에서 고개를 약간 들면 여동생 허리둘레만한 창 안에 뒷집 옥상 빨랫줄이 오른편으로 치우쳐 있다 뒷집보다 한층 더 높은 그 뒷집 마당에 뒷집보다 반층 더 높은 목련나무가 목련꽃을 피우고 있다 양팔을 걷은 뒷집 아주머니가 빨랫줄에 흰 빨래를 넌다 봄보다 큰 목련이다


학교 후문을 나서는데 오랜만에 대자보가 보인다 어두운 벽에 어둠보다 검은 글씨가 빛나고 있다

여수 수산대 학우 분신, 그을린, 조국통일, 직격탄에 실명한, 내일과 함께, 3시경, 차디찬 화장실에서


벌통 식당 앞 평상에서 여학우가 여학우에게 기대어 울고 있다 울지 않는 여학우와 눈이 마주쳤다

오해하지 말아요, 실연이 아니에요, 시련이 아니에요, 당신의 눈빛을 구걸하지 않아요, 눈물이 마를 때까지만 우린


여기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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