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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Feb 07. 2022

댕댕아, 아프면 아프다고 왜 말을 못 해!

          

울 댕댕아, 늘 건강하개!


우리 집 강아지 미샤가 사료를 거부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닭고기 돌돌 개껌' 닭 보듯이 합니다. 기어이 안전가옥인 케이지 안에 숨어버립니다. 말을 안 하니 이럴 때는 정말 답답합니다. 우리 미샤는 9살이 됐고요. 간결하고 분명한 사람 말은 거의 알아듣 반응합니다.


이제 말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인간계 말을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 하는 인간 언어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나름 표정과 함께 "이이잉~~ " 하면서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눈치입니다. 그래도 미샤가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프다는.. 그 말요.


하루를 꼬박 지켜보다가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배와 허리를 만져보던 수의사가 확신에 찬 말투로 묻더라고요.

"어머님! 미샤한테 간식 자주 주시죠?"


"예쁜 짓 할 때 한 개, 눈빛 연기에 넘어가서 또 한 개..... "

점점 제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미샤에게 매일 피자, 햄버거, 라면 등을 꾸준히 먹이신 겁니다. 체중이 두 달 만에 400그램이 늘었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5,6킬로그램이 갑자기 찐 겁니다."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똥꼬발랄한 우리 미샤는 무조건 뜁니다. 특히 점프는 기술점수뿐만 아니라 예술점수까지 점을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뒷다리를 안정적인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 후 점프를 합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저의 허벅지 위로 사뿐히 착지하고는 우아한 표정을 짓는답니다.  눈에는 강아지계의 김연아로 보입니다. 늘어난 몸무게로 뛰고 점프를 하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온 거였습니다.


인간계에 살고 있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료를 먹는 미샤를 보면서, 어느 날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미샤는 매일 사료 콘푸레이크만 먹는구나. 질리지 않을까?' 그래서 다양한 맛을 가진 간식을 하루에 한두 개씩 줬답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 때문에 미샤가 아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또 작은 간식을 주고 싶어집니다. 저도 참 어지간합니다.


아픈 강아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려 왔습니다. 간혹 식구로 맞이한 반려견에게  잘못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예쁘다고 호들갑 떨면서 입양한 후에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그런 인간들요. 가구를 물어뜯어서, 똥오줌을 못 가려서, 여행을 가야 해서.. 이런 이유 등으로 같이 살던 강아지들 파양하고 유기한다고 합니다. 저는 유기견에 관련된 뉴스나 기사를 보면,  들이 느꼈을 두려움이 전달되어 괴롭습니다. 버려진 반려견들은 보호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 처리된다고 합니다.




간식을 향한 미샤의 간절한 눈빛 연기에 빠지지 말고, 간식 다음으로 좋아하는 쓰담쓰담 놀이를 자주 해야겠습니다. 

댕댕아.... 아프지 말고 항상 함께하개.



* '건강하게', '함께하게'를 '건강하개', '함께하개'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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