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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Feb 22. 2024

봄이 옵니다

오고 있습니다. 올 겁니다.




마른풀들 사이에 꽃이 피었다. 풀무더기 속에 갇혀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앙증맞은 꽃들이 봄을 부르고 있다.



계절의 변화는 무심한 듯 남쪽지방에 먼저 봄을 알린다. 낮 기온이 10도를 웃돌며 겨울 같지 않게 유난히 따뜻한 날이 길었다. 섬진강변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고, 진해의 벚꽃들도 이른 상춘객을 맞이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루한 하루가 언제 지날까 싶었는데, 계절은 야속하게 광속으로 왔다 갔다. 그러던 사이 나도 벌써 세 계절을 쉬었다. 한동안 움츠려있던 나의 어깨도 봄꽃처럼 예쁘게 필 수 있으려나.




마흔. 새로운 봄을 준비 중이다. 20대엔 전공 책과, 30대엔 학원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함께였다. 나의 선택이었고 행복과 슬픔의 골짜기를 넘나들며 보낸 시간이었다. 그래도 뿌듯하고 기쁜 날이 더 많았고, 돌아가면 다시 그 선택을 하겠다 자신할 수 없지만 그때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시간들이었다. 꼼지락거리길 좋아하던 나는 이제 막 마흔의 문턱을 밟았고, 다시 아이처럼 즐길 거리를 찾았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두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음이 전제되었지만, 그래도 이거라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는 길로 걸어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겠지만, 그로 인해 내가 놓고 싶지 않았던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음도 기쁜 일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미루다 오래 눈여겨본 일에 과감하게 뛰어들기로 했다. 곧, 좋은 날 기쁨을 보태어 줄 토퍼 창업을 할 계획이다. 혼자 하는 일이지만, 혼자라서 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할까 봐 준비를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말을 꺼낸다. 혹시 내가 자꾸 나태해지려거든 제게 들었던 처음 마음을 봄바람처럼 날려 보내주세요, 하고.





나의 바람처럼 집안 여기저기 꽃이 핀다. 지난가을 심어둔 튤립이 그 처음이다. 싹이 텄을 때 햇빛을 보여주어야 했는데, 무지한 주인 때문에 다 자란 줄기에 비해 꽃봉오리가 너무 작은 튤립부터, 기대도 안 했는데 금방 꽃봉오리를 연 튤립까지. 곳곳에 심어둔 희망 보따리들이 하나씩 풀리는 중이다. 나의 서툴음이 저 튤립들의 생애 같다.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무슨 꽃을 피울지 전혀 모르는 구근에서 어느덧 싹이 돋고, 시기를 달리하여 꽃을 피우는... 나의  봄에도 꽃이 피겠지? 내게도 그런 화사한 봄이 올 거라 믿으며 두근거림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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