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타치 Sep 20. 2024

칭찬

올해처럼 연휴가 긴 명절엔 더욱이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에 빈손으로 가는 건 편하지 않다. 일 년에 두 번밖에 없는 명절이니깐.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전을 먹을 기회가 많이 없다. 시장에 가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전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줄을 섰다. 육전, 고추전, 깻잎 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빈대떡까지 담으니 푸짐하다. 여러 개가 썩은 부침개를 어떻게 가격을 정하나 궁금했는데 무게로 한다. 가격이 꽤 비싸서 놀랐다. 집에서 만들면 반값도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이 잠깐 스치지만 해보지 않은 자 생각도 말아야지 싶다.

추석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시댁에 갔다. 전을 꺼내니 시어머니가 놀라신다. "아휴, 전을 보니 차례상이 떠오 오르는구나." 웃으시며 말씀하셨지만 명절과 제사 때마다 반복했을 지겹고 힘든 노동이 떠오르셨을 거다. 형님들도 두 손 가득 사 온 음식들로 아침 식사가 순식간에 차려졌다.

설거지는 식사가 먼저 끝난 사람이 누구든 시작한다. 그 사람이 시어머니일 땐 눈치가 보이는데 이번엔 둘째 아주버님이 싱크대 앞에 섰다. 형님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수다가 한가득이라 밥 먹는 속도가 느려지는 거지 설거지를 안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고3 수험생 자녀가 있는 큰 형님은 못 온다고 했었는데 속 터져서 왔다고. 곧 수능인데 공부도 안 하고 잠만 잔다고 속상해하니 시어머님이 말씀하신다. "나도 잠이 정말 많은데, 날 닮았나 보다. 그런데 요새는 잠이 좀 줄긴 하더라. 엄마가 편하게 해 주니 oo가 잠을 잘 자서 건강하고 성격이 밝은가 보다."

시어머님의 칭찬 세례는 배워야 한다. 어떤 부정적인 것도 좋게 바꾸는 시어머니의 기술이다.


매번 보아온 풍경이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예의 주시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결혼하면 며느리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시댁으로 만들고 싶다. 꿈이 너무 큰가?

먼저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도 되는 엄마가 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