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는 남자 아이로 위로 누나가 하나 있었다. 남자 아이임에도 눈이 크고 동그래서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아기 왕자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 그런 왕자 우정이는 다른 반 선생님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우정이가 비단 얼굴만이 왕자님이었냐? 아니었다. 우정이는 어디서 배운 것인지 그렇게 스윗한 말과 행동을 했다. 쌍둥이 들이 울고 있으면
"우디마"라고 하며 안아주었다. 보통 아이들이 친구들이 울면 노룩패스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정이는 친구들에게도 애정표현을 잘 할 뿐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애정표현이 넘쳤다.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면 그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며
"똑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 아이들, 선생님 가리지 않고 예쁘다라는 말을 그렇게 잘했다.
"##은 예뻐"
"떤땐님 예뻐"
하며 달려와 뽀뽀해주거나 안아주었다. 정말 디즈니 속 백마탄 왕자님의 어린시절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싶었다. 가끔은 우정이가 워낙 사랑둥이라 아빠가 애정표현을 많이 하시나 생각하기도 했다.
우정이가 나에게 "예쁘다" "귀엽다"라는 말을 무표정도 아니고 그 큰 눈을 반짝이며 말하면 애들보느라 머리는 산발에 후줄근한 내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진짜 예뻐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진짜 스윗한 말 한마디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거울을 보면 역시나 머리는 산발에 후줄근한 옷차림의 내가 있었다. 현실과 상관없이 우정이의 말 한마디면 나는 굉장히 예쁜 선생님이 되었다.
우정이가 만들어준 행복한 착각에 빠져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은 즐거웠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후줄근하고 산발 머리한 선생님이지만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적어도 우정이에게는 예쁜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