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세 아이들은 발달 특성상 많이 문다. 말은 안되는데 이제 슬슬 자신의 주관이 생겨가다보니 뭔가 불편하면 입이 먼저가는 것이다. 보통 어른 중 화를 못참는 분들은 화가 나면 손이 나가는데 아이들은 손의 소근육보다 입의 근육들이 더 발달했기에 입이 나가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이 발달 특성상 잘 물기 때문에 반별 오티때 빠짐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 아이들의 "무는 행동"이다. 아이들이 서로를 무는 행동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설명 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애들이 물려고 할 때 달려가서 말리면 되잖아?"
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럼 사실 좀 억울하다.
선생님 한 명당 봐야하는 만 1세 아이는 5명이다. 이 아이들은 아직 기저귀를 못뗐으니 기저귀도 갈아줘야하고 밥도 먹여줘야하고 손도 같이 씻어야한다. 우리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일은 혼자 못하는 나이다.그런 아이들을 5명씩 보면서 무는 행동을 바로 저지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무슨 전조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입이 확!하고 나가기 때문에 더더욱 행동 전에 말리는 것이 어렵다. 아이들이 다치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말처럼 진짜 무는 것도 한 순간이다 .
여튼 이런 이유로 아이들의 무는 행동을 최대한 막으려고 선생님들이 노력하지만 물리는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 우리반의 재율이도 친구들을 자주 물었는데 재율이가 말이 다른 친구들보다 느리다보니 먼저 입이 나갔다. 재율이가 친구를 자주 물어서 항상 옆에 데리고 다녔지만 다른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 잠깐의 순간 바로 입이 나갔다.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물 때면 나는 죄인이되어 문 아이 물린 아이 부모님에게 모두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야 했다. 문 아이의 부모님에게는 왜?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 아이의 부모님 입장에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물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이 쓰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가 무는 행동을 하기 전에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야 했다.
그나마 선생님이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면 사실 다행인 편이었다. 종종 물린 아이들의 부모님이 문 아이의 부모님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청하거나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 선생님은 원장님과 번호를 드려도 되는지 이야기하고 상대 부모님에게 말씀드려서 번호 드려도 되는지 여쭤보고 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전하는 "문 아이 어머님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라는 말을 믿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냥 넘어가주시길 원했지만 당장 아이의 몸에 잇자국이 난 부모님의 심정을 아예 이해를 못하는게 아니기에 감수해야 했다.
초임이었던 나는 아이가 문 것에 내가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었다. 그때 파트너 선생님은 나에게
"엄마들이 우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 거에요. 여기있는 시간동안은 우리가 보호자고 아이들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니까 다치고 다치게한것에 대해 우리가 죄송하다고 해야 해요."
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그 말을 들으며 억울함은 가라앉고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더 좋은 보호자가 되자고 결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