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이집 교사로 취직한 나이는 26살이었다. 실습 때 초임인데 어린경우 몇몇 원장님들은 나이가 좀 들어보이게 입길 요구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가 왜 도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경력이 짧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머님, 아버님 중 내 아이를 경력이 적은 선생님에게 맡기고 싶은 분은 없었다. 이건 나중일이지만 내가 29살 그러니까 경력으로 3년차가 되었을때도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나를 탐탁해하지 않은 학부모님이 계셨으니 초임때는 오죽할까 싶었다.
다행히 초임이었던 2019년 만 1세 우리반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적어도 내 앞에서는 내가 경력이 적고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탐탁치 않은 티를 내시진 않았다. 대신 5월에 대체선생님으로 오신 분이 날 무시했다.
보통 대체로 오신 선생님들의 경우는 아이들이 잘 안가기도 하고 수업이나 알림장을 쓰거나 할 수 없었기에 정담임의 보조 개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내가 어려서 인지 경력이 낮아서 인지 내가 준비한 활동이 있음에도 맘대로 반에 있는 점토를 이용해 애들과 활동을 하셨다. 게다가 오히려 정교사인 나에게 이거 해야죠. 저거 해야죠라고 이야기 하셨다 .
기분이 나빴지만 내가 어리니까 초임이니까 하면서 참았다. 그즈음 재율이가 자주 아이들을 물어서 항상 재율이를 따라다녔다. 대체선생님은 아이들을 돌보거나 보시기 보다는 점토 놀이를 하는 애들만 바라보고 점토놀이를 하고 계셔서 재율이는 내가 케어해야했다. 왠지 대체 선생님이 잘 안봐주실거 같아 화장실을 가기 겁이났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소변을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선생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재율이가 친구들 물어서 잘 좀 봐주세요"
라고 말했다. 대체 선생님은 날 보지도 않고 네라고 답하셨다. 불안한 마음에 화장실에 달려가 소변을 급하게 보고 손을 씻는데
"으아아아!!!"
하는 라율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직감에 손에 비누를 옷에 대충 닦고 반으로 달려들어갔다. 재율이가 라율이의 가슴부분을 물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대체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아이만 보고 있었다. 나는 재율이를 떼어 놓고 우는 라율이를 안아 물린 곳을 살폈다. 얼마나 꽉물렸는지 가슴부분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나는 라율이를 데리고 원장실로 가 원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원장님 대체 선생님이 저를 무시하시는거 같아요. 제가 애들을 봐달라고 했는데..화장실 간 사이에..라율이가.."
목이 메였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원장님은 내가 우는 것에 당황하신듯 했다. 나를 무시하신 대체선생님에게 화가나기 보다는 내가 어려서 무시당해서 우리반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원장님은 일단 진정하고 반으로 들어가라고 한 후 반 씨씨티비를 확인한다고 하셨다.
반으로 들어온 나는 대체선생님에게 "점토놀이는 그만 할게요."하며 점토를 정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을 다 내주변으로 모은 후 책을 읽어주었다.
그저 내가 어려서 경력이 낮아서 우리반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는단 생각에 눈물이 흘렀지만 꾹 참았다. 결국 원장님은 보조 선생님을 우리반에 보내주시고 씨씨티비를 본 후 나를 무시한 대체 선생님을 파견한 곳에 정식으로 항의하셨다.
그 날 만큼 내가 어리고 경력이 낮은게 화가나고 속상한 적 없었다. 어리다고 경력이 낮다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적지 않고 그 배로 노력하며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