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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새 Oct 22. 2022

22. 이것도..가르쳐야하는건가요????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손을 씻는 것, 양말을 신고 벗는 것 등등 우리 일상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사소한 것들이 있다. 너무 당연해서 우리가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자동적으로 하는 것들 말이다.


나는 내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배웠는지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고민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무 당연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자동화 된 것들을 고민하는 어른은 많지 않으니 말이다.


4월 말 어느 정도 아이들이 일과에 적응하면서 내가 파트너 선생님에게 내적으로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은

'이것까지 가르쳐야해요?'

라는 것이었다.


아침에 등원해서 양말을 벗는 것, 수도꼭지를 트는 방법, 손을 씻는 방법, 숟가락 질을 하는 방법 , 밥을 떨어뜨리지 않고 먹는 것(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잘 못해서 밥이 그대로 입에 들어가지가 않는다) 등등 내가 너무 일상적이라 자동화 된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했다.


"자 여기 양말위를 잡고 당기면 짜잔~ 벗겨졌네"

"주먹 빵하고 여기에 숟가락을 두고 잡아볼까요?"

"여기를 위로 올려야 물이 나온데"


등등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기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가르치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뭐가 어렵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응가를 하는 방법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지 머릿 속으로 그려보면 된다. 그냥 배아프면 화장실 가서 앉아서 싸는걸 어떻게 설명하지 ? 할 것이다. 그건 우리가 그것에 자동화되어있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당연하고 자동화된 것들의 단계를 쪼개 아이들의 개별 수준에 맞게 말과 행동으로 하나씩 알려줘야했다 .


예를 들어 양말을 신는 것을 알려준다고 하면

1단계 양말에 발이 들어갈 정도에 구멍을 만들수 있다.

2단계 그 안에 발을 정확히 넣는다

3단계 양말을 잡아올린다

4단계 말이 돌아가거나 제대로 신겨지지 않은 부분을 정리한다.


이렇게 단계가 존재함을 파악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아이들 개별 발달에 따라 파악해서 할 수 있도록 한다. 처음 시작할때는 양말 신기 1.2단계는 아이들이 어려워해서 발에 양말을 끼워주고 양말을 잡아 올리게만 한 후 익숙해지면 양말을 벌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점차 난이도를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 사소한 모든 것의 단계를 나누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구분하고 아이들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가 살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를 알았다. 내가 이 당연한 것을 해내기 위해 우리 엄마, 아빠, 언니, 선생님들의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 머릿 속 어린이집 대백과 맨 앞장에 가장 중요한 한 구절이 쓰여졌다.


"세상에 당연하게 하는 것을 없다. 그 뒤에는 누군가의 노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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