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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새 Oct 25. 2022

24. 괜찮지 않아.

5월 한참 날이 좋던 날 뉴스에 한 기사가 올라왔다. 바로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였다. 티비를 틀어도 인터넷을 들어가도 아동학대 뉴스 뿐이었다. 일을 하기 전에는 그런 뉴스가 나오면 "어쩜 저럴수 있어"라고 하며 기사를 읽고 끝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댓글이 궁금해졌다.


댓글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글들이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들을 싸잡아 뭐라고 하는것부터 시작해서 CCTV를 실시간 공개해야한다는 이야기까지 그 글을 읽자 몸이 바닥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버스 정류장을 착각해서 잘 못내리고 말았다. 그곳에 서서 착잡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 귀에 어떤 말소리들이 달려와 박혔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문제야. 머리도 나쁜 애들이 선생님 하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뭐 할 일 없어서 애나 보면서 진짜 세상 무서워서 원 "

"선생님들 인성교육부터 다시 다 시켜야한다니까"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다. 이 직업에 대한 편견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내 주변 친구들도 웃으며 "너는 애들 안때리지?"라고 이야기하니 말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내 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책임감이 있었고 세상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는 내 직업을 공부 못해서 하는 직업 , 그냥 애만 보는 직업, 아이들을 때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직업으로 보았다.


왈칵 터지려는 눈물을 참고 다행히 바로 온 버스를 탔다. 그리고 출근하는 그 길 내내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지쳤다. 아니나 다를까 교사 회의에 원장님이 들어오셔서 잘하고 있는건 알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이라고 하셨다.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냥 조퇴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자부심 있어하는 이 직업을 세상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날 너무 힘에 부쳤다.


일을 시작하는 내내 마음이 안좋으니 전처럼 상호작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영준이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무엇인가 안다는 듯 말이다.


'선생님 나는 알아요. 선생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같은 포옹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다행히 파트너 선생님이 행정업무를 보시는 중이라 내 눈물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때 느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하고 지속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돈을 많이 벌고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이다.


세상에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학대하는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웃음과 사명감으로 나쁜 사회적 시선과 싸우고 적은 임금을 받으며 많은 업무를 수행하신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아주 기초적인 기본 생활습관을 가르치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에너지를 쏟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이 직업을 가진 나는 자부심이 있고 내 직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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