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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에 어울리는 아이는 따로 있다?

by Jinsylvia

“선생님, 제 친구는 저보다 성적이 낮은데도 외고 준비한다는데... 전 겁나요.”


성적 최상위권

출결 완벽

동아리 활동이며 독서까지...

원하는 학교는 충분히 갈만한 학생인데 '겁이 난다'라는 말을 한다.


진학 상담을 하다 보면

특목고를 포함해 입시 실적이 좋은 고등학교는 아이의 성적표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물론 합격 가능 범위 안에는 있어야 하겠지만 막상 입시지도를 하다 보면

성적보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자질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잘한다’와 ‘할 수 있다’를 종종 같은 말로 착각한다.


하지만 입시를 오래 지켜본 교사로서

특목고에 어울리는 아이는 성적표만으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나는 외고에서, 또 중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을 봤다.
성적인 우수 하지만 틀릴까 봐 손을 못 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족하지만 매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아이도 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 말하겠지만

입시의 성패는 늘 후자에게 영광의 트로피를 선사한다.



외고에 있을 때 이야기다.

중국어 회화 시험이 있는 날 아침이었다.

담당반 조회를 하러 들어갔는데 한 여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분명히 학교에 왔는데... 친한 친구들도 그 여학생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조회를 마치고 이 학생을 찾으러 학교를 돌다가 산과 연결되어 있는 뒷마당으로 나갔다.

어디선가 '중얼중얼중얼' 작지만 반복되는 음성이 들려 고개를 쭉 늘려 바라보니

찾고 있던 그 학생이 나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 중국어 발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날 발표에서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같은 반 학생보다 나무와 연습을 하고 있었던 그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목고를 가고 싶다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꼭 한다.

“왜 그 학교에 가고 싶니?”
그러면 대부분은 “대학 잘 가려고요”라고 대답한다.

또는 입시 준비를 포기한다고 하는 아이들에게 "왜 안 가려는 거야?"라고 물으면

보통 "힘들 것 같아요.", "내신 따기 힘들잖아요."라고 말한다.

틀리지 않는 답들이다. 아니... 정말로 솔직한 답변들이다.


하지만 간혹 같은 질문에
“언어를 더 깊이 배우고 싶어요.” 혹은 "제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면 성적이나 생활기록부를 자세히 보지 않고 준비반에 받아준다.


같은 점수를 갖고 있어도 완전히 다르다.

‘특목고에 어울리는 아이’는 부모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부모의 열정보다 아이의 에너지가 앞서야 한다.
아이가 실패를 경험할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해 주어야 해낼 수 있다.


명문대도... 특목고도 결코 꿈의 무대가 아니다.

어느 것 하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없다.

스스로를 믿고 방향을 그릴 줄 아는 힘, 나락으로 떨어져도 밧줄을 잡을 용기
그게 진짜 ‘특목고 체질’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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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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