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피곤한 날이 아니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동네이긴 하지만 이따 두 손 가득 짐이 생길 것이기에 차를 몰고 갑니다. 주말 아침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골목 안 식당 앞에 차를 대고 지갑에 폰만 주머니에 넣고 차밖으로 나옵니다. 겨울 아침이라 바람이 매서워 패딩을 목까지 채우고 모자에 장갑도 꼈습니다.
코너를 돌아 큰 길가로 들어서니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네... 여긴 우리 동네 야채, 과일 가게입니다.
매일 새벽에 열어 물건이 팔릴 때까지 열리는 가게로 올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아! 일요일만 열지 않기에 주중에 일하는 저는 토요일만이 기회입니다.
토요일에도 늦장 부리다 11시쯤 오면 물건이 거의 빠져 살만한 것이 없기에 늦어도 9시 전에는 도착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주인은 이른 새벽에 도매시장을 돌며 물건을 가져오셨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물건이 신선하고... 무엇보다 저렴합니다.
나물류는 웬만하면 한봉에 1~2천원
오이, 호박, 감자, 양파... 냉장고에 항상 있어야 하는 야채들도 마트에 비해 저렴하고요.
아이들이 있어 늘 쟁여놔야 하는 과일도 그 어느 곳보다 저렴하기에
매끼를 생각해야 하는 저에게는 최고의 쇼핑장소네요.
오이 3개, 사과 4개, 상추 한봉... 이렇게 조금 사시는 어르신 사이에서
노랗고 모서리가 약간 깨진 장바구니 가득 물건을 담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끝도 없이 먹는 귤 두 바구니와 큰 아이가 좋아하는 연시 6개
애호박 한 개, 오이 3개, 두부 한모, 표고버섯 한봉, 숙주 한봉, 상추 한봉, 방금 나와 따끈한 가래떡까지...
기나긴 계산줄에서 기다리다 마침내 계산완료~ 2만 6천원...
이 정도면 우리 가족 일주일 먹을 야채와 과일은 충분!
뿌듯한 마음으로 한 손에 검은 봉다리 하나씩 들고 주차해 놓은 차로 가서 트렁크에 짐을 싣고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합니다.
그제야 일어난 아이들에게 방금 사온 가래떡을 구워 꿀과 함께 내고 귤을 씻어 옆에 둡니다.
주중에 퇴근 후 편하게 요리할 수 있게 사온 재료를 썰어서 락앤락에 담아 둡니다. 된장찌개 재료만 따로 썰어 담고 일주일 동안 먹을 밑반찬을 만듭니다저녁엔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 녹여서 구워 김장김치에 상추쌈 해 먹어야겠네요.